'한국형 국부펀드' 신설 대신 KIC가 맡는다

'한국형 국부펀드' 신설 대신 KIC가 맡는다

세종=박광범 기자
2026.07.1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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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사진 가운데)이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상세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재경부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사진 가운데)이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상세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재경부

싱가포르의 테마섹, 호주의 퓨처펀드를 본뜬 '한국형 국부펀드' 설립 계획이 180도 수정됐다. 한국형 국부펀드 설립의 목표였던 국내 첨단산업 육성 지원 기능을 기존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에 신설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새로운 국부펀드를 설립하는 것보다 지난 21년간 국부펀드로서 쌓아온 KIC의 전문성과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게 국내 전략산업 육성 지원 취지에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재정경제부가 14일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연말까지 KIC에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하고 종합형 국부펀드로의 확대 개편을 추진한다. 앞서 발표한 '한국형 국부펀드' 설립 계획을 철회하고, 그 기능을 KIC에 신설하는 게 골자다.

앞서 재경부는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국형 국부펀드를 신설하고 국내외 전략산업 성장에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국부펀드인 KIC는 주로 외환보유액 등 재경부와 한국은행의 외화 자산을 해외에서 위탁 운영하도록 돼있어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하는데 제한적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반년 만에 이 계획을 수정했다. 한국형 국부펀드가 하려던 기능을 KIC에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KIC의 기존 '외환보유액 위탁계정'과 엄격히 분리된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키로 하면서다.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저축형 국부펀드' 성격이 짙었던 KIC에 국내외 전략산업에 투자하는 '전략형 국부펀드' 역할을 추가로 부여함으로써 KIC를 '종합형 국부펀드'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한국형 국부펀드를 설립하는 것보다 기존 KIC를 활용하는 게 정책 취지 달성에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민경설 재경부 혁신성장실장은 "한국형 국부펀드 설립 발표 이후 어떤 게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냐를 두고 국내외 전문가는 물론, 정부 내부에서도 상당히 많은 논의가 진행됐다"며 "'소버린 웰스펀드(Sovereign Wealth Fund, 국부펀드)가 우리나라에 기존에 있는데 왜 별개 기관을 만들어야 하느냐',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면 초기에 안착하는데 상당한 시간도 걸리고, 오히려 기존 국부펀드의 전문성을 활용 못하는 것 아니냐'는 등 국내외 다양한 시각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설되는 전략투자계정의 재원은 정부출자, 기부금, 운용수익 등으로 충당한다. 발생하는 수익은 재투자, 배당, 국고로의 환수로만 사용할 예정이다.

투자 대상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포함한 전략산업 △금융·인프라 등 기간산업 △해외 공급망 등 국가경쟁력·경제안보 관련 산업 등 3대 분야다. 이들 분야에 장기 인내자본(지분투자)을 제공하고, KIC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국부펀드 등과의 국내외 협업투자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외환보유액에 대한 대외 신뢰도 확보를 위한 방화벽도 세운다. 이를 위해 기존 외환보유액 위탁계정과 신설되는 전략투자계정을 엄격하게 구분해 회계 처리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선 중복과 과잉, 비효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나온다. 150조원 규모로 출범한 국민성장펀드와의 기능 중복 우려 때문이다. 국민성장펀드 역시 주목적은 국내 첨단산업 육성 지원이다. 여기에 정부가 신설을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 역시 핵심 전략산업인 3대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하는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여당 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재경부의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정부가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만들고, 20조원 규모의 국부펀드와 미래대응기금도 만들려 하고 있다"며 "지원대상이 모두 전략산업으로 기금-펀드간 관계를 명확히 정리하지 않으면 큰 혼선이 있을 수 있고 비효율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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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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