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문화人] 9. 임경단 북에디터 겸 작가··· "책은 사라지지 않을 거에요"

"책을 어떻게 만드냐고요? 우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이미 나와 있는 책도 너무 많은데, 눈에 띄려면 뭔가 달라야하지 않겠어요? 핵심 아이템과 목차만 제대로 잡아도 출판사에 제안할 수 있어요."
대답 한 번 야물다. TV구성작가 3년에 출판사 5년, 프리랜서 북에디터로 활동한 지 4년째를 맞은 임경단 북에디터 겸 작가(34·사진).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 교수 1주기 유고집', '아버지의 인생 노트' 등을 편집했고, 최근 '세계를 달리는 대한민국 자동차 이야기'를 펴내며 작가 대열에도 올랐다. 영상언어보다 활자언어에 매료돼 방송에서 출판계로 방향을 전환, 책과 함께한 커리어도 어느덧 9년차로 접어든 그의 '글 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방송국에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시사·교양·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서울이면 한 가지를 오래 했겠지만, 지방방송국이라서 가능했던 거죠. 그런데 그중 다큐멘터리가 나랑 딱 맞는 거에요. 매주 새로운 아이템으로 순발력을 요구하는 장르 보다는 엉덩이 붙이고 진득하게 앉아서 하는 게 좋더라고요. 방송국을 그만두고 6개월의 진로고민 끝에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서울로 왔죠."
태어나 자란 대구를 떠나본 적 없는 그는 일단 서울에 왔지만 출판사들은 대부분 경력자를 원했다. 그는 오로지 '열정' 하나로 들이댔다. "그래, 너라면 뭐라도 할 수 있겠다. 나는 자네를 믿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한 번 해봐"라며 덜컥 뽑아준 출판사 사장님과의 인연으로 편집자의 길에 들어섰다.
"지금도 '서울 아빠'를 자청하며 '친정에 놀러 안 오나?' 하는 그 사장님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나는 꿈도 못 꿀 일이죠. 막상 가슴을 치며 종종 후회 했는지는 몰라도 끝까지 나를 믿고 응원해주셨어요."
누가 이 열정 넘치는 욕심쟁이를 격려하지 않으랴. 몇 년 전 임 작가를 만났을 때다. 머리가 반 백발이 돼 있었다. 언제 새치가 이렇게나 늘어났냐고 묻자 자신이 그간 편집한 책이라며 '열등감을 희망으로 바꾼 오바마 이야기'(명진출판사 펴냄) 한 권을 건넸다. 오바마의 인생 스토리를 담은 이 번역서는 출간 후 최단기간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몇 개월 동안 청소년 비소설부문 1위를 지키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이야기를 꺼내자 고래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야기 구성을 새로 기획·편집하는 것은 물론 오바마의 가계도나 연설문을 부록으로 넣는 것도 보통 작업이 아니었어요. 정말 힘들었지만 그때 많이 배웠고, 베스트셀러로 책도 잘 팔리니 머리카락이 허옇게 되건 말건 뿌듯하고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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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게 이런 걸까. 그는 자기 이름 석 자에 대한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정기적으로 작업하는 월간지 교열을 볼 때도 잡지 한쪽에 올라가는 '교열: 임경단'이라는 이 글자 때문에 나흘 밤낮을 꼬박 새우며 원고를 보고 또 본단다.
"예전엔 멋모르고 편집했지만 남의 글을 만진다는 게 갈수록 어렵다는 걸 느낍니다. 어디까지 손대야 할지 결정하는 것도 점점 더 신중해지고요. 그래서 책을 폭넓게 읽으면서 시야를 넓히고 생각을 키우려고 합니다. 그래야 기술적인 편집이 아닌 진짜 좋은 글, 좋은 책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출판시장이 어렵다지만 그는 여전히 책 속에서 희망을 찾고 꿈을 키운다. "출판계가 어렵다는 얘기는 10년 전에도 나왔잖아요. 그래도 신간이 계속 쏟아진다는 건 책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 아닐까요? 책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성숙하게 합니다. 책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에요. 이제 나도 내 이야기를 책에 담을 테고요. 하하."

임경단은...
TV 구성작가로 일하다가 영상 언어보다 활자 언어에 더 큰 매력을 느껴 북에디터로 방향을 돌렸다. 에세이, 자기계발, 경제경영, 자녀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편집했는데, 그중 '열등감을 희망으로 바꾼 오바마 이야기',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 교수 1주기 유고집'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로부터 청소년 권장 도서로 선정됐다. 그 외 '아버지의 인생 노트', '18살 딸에게 주는 엄마의 선물', 'TV동화 행복한 세상 8' 등을 편집했다. '세계를 달리는 대한민국 자동차이야기'의 저자이며, 현재 프리랜서 북에디터 겸 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먼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차별화는 기본, 핵심목차만 제대로 나와도 출판사에 제안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샘플 원고 3~5꼭지가 있으면 더 좋고, 무엇보다 편집자의 말에 귀 기울이라"고 덧붙였다. "단, 편집자를 잘 만나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