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에 질린 당신…이젠 '트루 디텍티브'를 만날 시간

'CSI'에 질린 당신…이젠 '트루 디텍티브'를 만날 시간

이소정 인턴기자
2014.04.19 08:14

[딱TV]'진짜 형사물'이란 이런 것…상반기 화제의 '미드'

한 회에 사건 하나, 기계가 정해진 시간에 규격에 맞춰 뽑아내듯 사건을 해결해가는 형사의 모습은 왠지 샐러리맨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사건 하나에 목숨을 걸고, 거대한 악에 맞서 인생을 거는 '진짜 형사'(true detective)의 등장에 미드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미국의 범죄수사물 드라마 중에서 가장 '핫' 한 작품을 꼽는다면 단연 '트루 디텍티브'(true detective)다. 지난 1월에 HBO에서 첫 방송된 이 드라마는 종영 후에 오히려 입소문이 더 널리 퍼지면서 '다시보기' 시청자가 몰리고 있다.

각 에피소드당 평균 1190만명이 시청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HBO가 방영한 시리즈물 첫 시즌 성적으로는 최고 기록이다. 물론 '왕좌의 게임'도 첫 시즌에 이만한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흔히 '미드 수사물'이라고 하면 'CSI 시리즈'를 떠올릴 것이다. 2000년 오리지널 작품 '라스베이거스'편을 시작으로 '마이애미'편과 '뉴욕'편이 스핀오프로 등장할 만큼 인기를 얻었다. 특히 마이애미 편에 등장하는 '호라시오 반장'은 국내 팬들에게 '호반장'이란 애칭을 얻기도 했다.

CIS를 비롯해 NCIS, 성범죄 수사대 등 이후 등장한 미드 수사물들의 전형적인 특징은 사건 하나가 한 에피소드 안에서 끝난다는 점, 한마디로 '속전속결'이다. 그래서 어떤 시즌, 어떤 에피소드를 먼저 보더라도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트루 디텍티브'는 이 같은 전형적인 수사물과는 상극이다. 사건 하나가 50분 안에 끝나는 '패스트푸드' 같은 수사물과 달리, 에피소드 하나가 끝나도록 사건의 단서 하나 건지기 어려울만큼 느린 전개가 특징이다.

CSI에 익숙한 미드 팬들이라면 '트루 디텍티브'의 첫 시즌을 다 보고 나서 "이게 끝이야?" 라는 말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진행 속도는 지루할만큼 느리고, 심지어 시즌 하나가 끝났는데 사건이 다 해결된 건지 아닌 건지 헷갈릴 만큼 명쾌한 결말도 없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느린 속도'가 이 드라마 만의 묘한 매력을 만들어낸다. 시체 하나가 등장하면 과학수사로 DNA를 검출해 50분내에 범인을 잡아내는 형사의 모습과, 매일같이 허탕을 치지만 끈질기게 작은 단서들을 추적해 끝내 범인을 잡아내는 형사의 모습, 어느 쪽이 '진짜'에 가까울까.

이 드라마에서 미 루이지애나주 형사 두 명이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17년이다. 실수도 다반사고 윤리적으로 완벽하지도 않은 두 명의 형사, 심지어 뱃지를 가슴에서 떼 냈어도 그들은 '진짜 형사'다. 어쩌면 제작진은 "이게 진짜 형사물이다"라는 뜻에서 제목을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드라마는 영화정보사이트 IMDB에서 평점 9.4점(10점 만점), 메타크리틱에서 84점(100점 만점)을 받았다. 유머, 가슴 설레는 로맨스 따위 없는 이 드라마가 작품성 만으로 시청자를 끌어모을 힘을 가진다는 반증이다.

주연을 맡은 매튜 맥커너히(Matthew McConaughey. 러스트 콜 역)와 우디 해럴슨(Woody Harrelson. 마티 하트 역)의 연기도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세상 따위엔 관심이 없다는 듯 무심하고, 때론 넋이 나간 듯한 러스트 콜 형사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는 매튜 맥커너히의 연기는 그가 왜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는지 확실히 설명해준다.

'웨딩 플래너',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등 달콤한 로맨스물에서 여성들에게 매력을 어필했던 그는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과 시리즈물 '트루 디텍티브'에서 연기의 꽃을 피워냈다.

'래리 플린트', '헝거 게임' 등 다양한 작품에서 주연과 조연을 두루 연기한 우디 해럴슨 역시 이름은 몰라도 얼굴만큼은 모르는 이가 드문 관록의 배우다. 넋 나간 형사와 세속에 집착하는 형사, 상반된 두 캐릭터가 빚어내는 긴장과 동료애는 느린 전개에도 시청자들이 끌려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포인트다.

에피소드마다 특별한 이야기의 진전도 없고 인상적인 장면 하나 잡아내기 어려운 '트루 디텍티브', 그러나 패스트푸드처럼 쉽게 사건을 해결해보이는 수사물에 질린 시청자라면 이 드라마만의 색다른 매력에 빠져볼 것을 추천한다.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4월 19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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