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로 쏠리지 않는 균형감 7년 DMZ영화제의 생존법"

"좌·우로 쏠리지 않는 균형감 7년 DMZ영화제의 생존법"

김고금평 기자
2015.09.16 03:24

[인터뷰]조재현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다양한 이야기와 소통이 머무는 곳"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인 배우 조재현. 그는 7년간 이 영화제 위원장을 맡아오면서 이념과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영화제를 정착시켰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내가 언제 그만두더라도 좌, 우 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원칙은 지켜질 것"이라며 "영화제에 더 많은 사람이 찾도록 알리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인 배우 조재현. 그는 7년간 이 영화제 위원장을 맡아오면서 이념과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영화제를 정착시켰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내가 언제 그만두더라도 좌, 우 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원칙은 지켜질 것"이라며 "영화제에 더 많은 사람이 찾도록 알리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국내에서 별 관심을 받지 못하는 다큐멘터리, 그것도 DMZ(비무장지대) 인근에서 열리는 다큐영화제라면 장기 생존력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그런 태생적 한계를 안고 2009년 문을 처음 연 이 영화제가 벌써 7회를 맞았다.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얘기다.

이 영화제는 각종 영화제가 유행처럼 쏟아지던 시기에 탄생했다. 다큐라는 장르적 한계와 DMZ라는 공간의 제약 등 소위 ‘망할’ 요소를 두루 갖춘 탓에 ‘얼마나 오래갈까’라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집행위원장을 맡은 배우 조재현의 생각은 달랐다. 흥행보다 의미에 중심을 둔 그는 시작부터 다큐의 다양한 시선과 DMZ가 지닌 장소의 상징성을 눈여겨보고 덜컥 ‘위원장’ 자리를 수락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저도 거절했어요. 흥행 여부 때문이 아니라 지자체가 급조한 듯한 느낌 때문에 수락하기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DMZ영화제라는 의미가 눈에 아른거렸고, 저 또한 한쪽으로 치우친 정치성향을 지닌 사람도 아니라는 판단에 ‘한번 해보자’고 달려든 셈이었죠."

그렇게 7년을 달려왔다. 15일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만난 조재현 집행위원장은 “이제 7부 능선까지 온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벤트성 영화제가 돼서는 안된다는 게 처음 목표였는데, 지금까지 그 의미를 잘 살리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해부터 처음 국비를 받고, 해외 출품작도 갈수록 늘면서 나름의 안정궤도를 달리며 위상도 찾아가고 있죠.”

17~24일 경기도 고양시, 파주시 일대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81개국 849편의 출품작을 대상으로 43개국 102편을 작품을 최종 선정했다. 이중 국제경쟁 부문에 오른 12편은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상징하듯 폭력과 분쟁의 현대사를 깊이있게 조명한 작품들이다. 특히 탈북화가의 얘기를 고심 끝에 선정한 개막작 ‘나는 선무다’는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내 캠프그리브스에서 상영된다.

“이 영화제가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좌우 진영 논리에 쏠리지 않는 균형성 때문이에요. 다양한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는 셈이죠. 진정한 소통은 ‘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데 있잖아요.”

그는 “지금은 정치와 이념을 뛰어넘고, 외압도 없는 건강한 영화제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두개의 문’ 같은 ‘센’ 영화들이 정부가 아닌 이 영화제의 제작 지원을 받은 건 건강성의 단적인 증거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신 주목받고 있는 그의 딸 혜정 양은 오래 전부터 이 영화제 자원봉사로 활동해왔고, 올해도 어김없이 참여한다.

배우, 교수, 위원장, 건물주 등 다양한 직함을 갖고 있는 배우 조재현은 오는 10월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일 영화 '나홀로 휴가'로 감독이라는 직함까지 추가했다. 그는 "작년보다 두 개 정도 직함이 줄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또 하나가 늘어난다"며 웃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배우, 교수, 위원장, 건물주 등 다양한 직함을 갖고 있는 배우 조재현은 오는 10월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일 영화 '나홀로 휴가'로 감독이라는 직함까지 추가했다. 그는 "작년보다 두 개 정도 직함이 줄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또 하나가 늘어난다"며 웃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원래 다큐멘터리는 진보적인 성향을 띨 수밖에 없어요. 그걸 무시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생각을 무조건 지지하는 것도 아니에요. DMZ영화제는 그 원칙을 지켜나갈 겁니다.”

‘연기 신공’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배우 조재현은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으로 처음 이름을 올린다. 40대 평범한 남자가 10년 전 만난 한 여자와 헤어진 기억을 통해 결혼의 정의와 중년의 정체성을 그린 ‘나홀로 휴가’가 그의 첫 연출작이다.

그는 “내부 시사를 했는데, 20대 여성의 반응은 냉담하고, 30·40대 남자 반응은 폭발적”이라며 “위원장으로 평가를 하다 감독으로 평가를 받으려니 무척 설레고 떨린다”고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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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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