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고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가 남긴 유산 덕이다. 그가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 등 기록물 수백 점은 한국 현대사를 뒷받침할 중요한 근거가 됐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관리하는 기록물 실태는 어떨까. 전 정권의 대통령기록물 참사를 다시 언급하지 않더라도 최근 문화재청의 '깜짝 고백'은 대중과 학계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내용인즉슨 '조선왕조실록'과 '훈민정음 해례본'을 비롯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 9건의 등재 인증서 원본을 분실했다는 것이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록물에는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해 생산 또는 접수한 모든 형태의 기록정보 자료(문서, 도서, 대장 등)와 행정박물이 포함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증서는 공공기록물 중에서도 역사적, 증빙적 가치가 높아 '영구보존 기록물'로 분류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문화재청의 '깜깜이' 행정에 따른 재발 가능성이다. 문화재청은 국가적 기록물을 부서 캐비닛에 방치하다가 분실해 2007년에 몰래 재발급 신청을 했다. 지난 7일 언론에 알려지기 전에는 유예기간도 있었다. 지난 7일 분실 사실을 언론에 알린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측은 "5개월 전 문화재청에 먼저 내용을 알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방지책을 마련하거나 담당자를 처벌하는 등의 조치 대신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는 미온적 답변만 내놨다.
단순 분실이 아닌 절도 가능성이 있음에도 문화재청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에는 문화재청뿐만 아니라 개인 또는 타 기관이 소장한 문화재 인증서에 대한 전수조사 필요성도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록관리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기록총회를 유치하며 '기록 강국' 도약을 선언했다. 오는 10월에는 한·중·일 갈등이 첨예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4건의 유네스코 등재 심사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자국의 관리 책임이 따르지 않는 세계적 인증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