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아리랑, 세계를 품다](하)

"한국 문화가 이제 세계적인 주류가 됐다는 신호탄인 것 같아요."
21일 BTS(방탄소년단)의 완전체 컴백 공연이 열린 서울 광화문을 찾은 전 세계 아미(ARMY·BTS 팬덤)들은 한국 문화의 힘을 확인했다고 입을 모았다. K컬처가 더 이상 서브컬처(비주류 문화)가 아닌 글로벌 선도 콘텐츠로서의 영향력을 드러냈다는 의미다. 공연의 거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뜻하는 'BTS노믹스'를 시작으로 'K컬처노믹스'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BTS의 공연은 세계 최대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생중계됐다. 한국 콘텐츠가 3억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OTT 플랫폼에서 생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에서 공개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아리랑(ARIRANG)'은 발매 당일에만 398만장이 팔려나갔다. 음반은 공개 직후 이탈리아와 스웨덴 등 88개국 지역의 아이튠즈 앨범에서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공연 현장에서도 글로벌 아미들의 환호가 잇따랐다. 공연 시작 전부터 중국어와 영어, 스페인어 환호성이 곳곳에서 울려 퍼졌으며 감격해 눈물을 훔치는 금발의 외국인 팬도 눈에 띄었다. BTS도 팬들의 국적을 고려해 한국어와 영어로 공연을 펼쳤다. 멤버 RM과 제이홉은 곡 중간중간 영어로 팬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공연은 한국적인 것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했다는 느낌을 줬다. 공연의 첫곡 '바디 투 바디'에 삽입된 국보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가 쉴새없이 울려퍼졌으며 멤버들은 한복을 재해석한 의상을 입고 유려하게 춤을 췄다. 광화문 벽에는 한국의 유산이 담긴 미디어 파사드(외벽 전시)가 자리잡았고 드론이 경복궁 하늘을 날아다니며 생생한 영상을 팬들에게 전달했다.
BTS가 신곡 '훌리건'이나 '버터', '다이너마이트' 등 인기곡을 부를 때에는 광화문이 거대한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수만여명의 팬들은 손을 맞잡거나 보라색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박수와 함성 소리가 메인 무대에서 500m 떨어진 건물에서까지 들릴 정도였다.
아미들은 공연이 단순한 컴백 무대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연 전날 밤부터 광화문에 머물렀다는 중국 국적의 쩡린씨(24)는 "중국에서는 작은 버스킹도 힘든데 한국은 랜드마크에서 대형 공연을 연다"며 "왜 한국 가수들이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인 에바씨(29)는 "이 정도로 다양한 국가의 팬덤이 자국을 찾게 만들 수 있는 아티스트는 BTS가 유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예술계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우리 문화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산업·국제 관계 전반에서 K컬처의 활용이 늘면서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위상 확대로 귀결된다는 분석이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BTS의 추가 공연을 직접 요청하거나, BTS의 팬인 잔자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영부인에 BTS 굿즈를 건네는 등 '문화 외교'를 펼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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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공연을 마친 BTS는 23개국 34개 도시에서 82회의 월드 투어를 연다. 오는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스포티파이 x BTS : 스윔사이드' 무대가 첫번째다. 세계 최대의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주최하는 대형 이벤트로 유명 리스너 1000여명이 자리한다. 이후 일본 도쿄(4월), 멕시코시티(5월), 스페인 마드리드·영국 런던(6~7월) 등 전세계 주요 도시의 무대에 선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스타디움보다 몇 배나 많은 인파가 몰린 광화문 공연을 시작으로 BTS 월드 투어의 파급 효과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알리고 문화 경쟁력을 높이는 등 국가 위상에 보탬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BTS(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이 무사고로 마무리됐다.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이례적이고 도전적인 초대형 콘서트였으나 수만 명의 인파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안전 강국'의 역량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면에는 교통 통제와 혼잡을 감내한 시민들의 배려, 휴일을 반납하고 현장을 지킨 공무원들의 헌신도 있었다.
BTS 공연이 열린 지난 21일 누군가는 주말 나들이를 포기했고, 누군가는 먼 거리를 돌아가야 했다. 이날 교통 통제가 이뤄진 광화문 일대에서는 우회로를 찾는 시민들에게 경찰과 안전통제요원이 길을 안내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통제 구간을 지나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언제쯤 통제가 풀리느냐" "어딜 가도 돌아가야 한다"는 불만 섞인 말도 나왔다.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선 갈 곳을 찾지 못한 어르신이 발걸음을 멈추자 경찰이 이동을 요청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어르신은 "갈 곳이 없다"고 했지만 경찰은 "있을 곳을 찾아드릴 수는 없다. 이동하셔야 한다"며 재촉했다. 또 다른 고령의 시민은 행렬 속에서 길을 잘못 들어 "사람을 가지도 못하게 하고 이게 뭐 하는 것이냐"며 항의했다.
광화문 주변 예식장을 찾은 하객들은 몸수색을 받고 청첩장을 신분증처럼 제시하며 식장에 입장해야 했다.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들이 경찰 버스로 이동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해당 결혼식 하객 조모씨(65)는 "경찰차를 지원해준다니 반갑기도 하면서 얼떨떨하다"며 "공연하는 건 좋지만 통제 부분에서 더 슬기로운 방법은 없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서울시와 경찰에 따르면 이날 공연장을 중심으로 광화문광장 북단부터 시청역 일대까지 1.2km 구간이 통제 구역으로 설정됐다. 이 구간은 거대 스타디움의 관객석처럼 운영됐으며 31개 게이트의 검문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세종대로 광화문~시청 구간은 공연 전후로 33시간 동안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됐다. 사직로와 새문안로 등도 시간대별로 통제됐고, 86개 버스노선은 우회 운행을 했다.
행사의 영향은 일상 전반에까지 이어졌다. 안전을 이유로 공연 당일 인근 빌딩 31곳의 출입이 통제됐고 경복궁과 국립고궁박물관도 문을 닫았다. 세종문화회관 역시 예정된 공연을 취소하거나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도 제한됐다. 일부 직장에서는 공연 전날 오후 전 직원에 반차 사용을 권고하면서 '연차 사용 강요' 논란도 일었다.
행사 안전 관리를 위해 행정력도 대거 투입됐다. 경찰은 기동대를 비롯해 일선 경찰서 인력까지 6700여명을 투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공연이 열리는) 폐쇄된 경기장과 달리 개방된 도심에서 진행되는 이번 행사 특성상 가용 인력을 최대한 투입했다"고 했다. 충분한 경비 인력이 부재한 가운데 참사로 이어진 이태원 사례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도 인력 803명과 차량 102대를 동원하고, 국가소방동원령 사전동원을 통해 서울 밖에서 구급차 20대를 추가 배치했다. 또 행사장 인근 7개 소방서장이 정위치에 근무하며 추가 인력 차량을 즉시 투입할 수 있도록 대응체계도 갖췄다. 서울시와 종로구·중구청에서도 안전 관리를 위해 공무원 2600명을 투입했다.
행정력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일각에서는 다른 지역의 치안·안전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 "BTS를 탓하는 것도 아니고 이번 공연이 국가 홍보에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도 아니다"라며 "행사로 인한 공백으로 피해를 받으면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을 텐데 서울시민을 위한 안전서비스 공백을 방치하는 행사 주체를 규탄한다"고 썼다.

지난 21일 BTS(방탄소년단)의 컴백 공연이 열린 광화문 곳곳에는 신문을 든 외국인 아미(ARMY·BTS 팬덤)들이 눈에 띄었다. BTS의 컴백을 기념하는 호외판으로 머니투데이 등 신문사들이 특별 제작했다. 일종의 '굿즈'(기념품)로 소장하려는 아미들이 몰리며 인기를 끌었다.
머니투데이는 '머니투데이 with BTS'라는 타이틀로 시청·광화문 일대에서 호외를 선보였다. 방탄소년단 7명의 모습과 새 곡 소개, 옛날 공연 모습 등이 담겼다. 한글을 모르는 팬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큰 사진을 싣고 온라인 사진 기사로 연결되는 QR코드도 제공했다.

광화문 청계천광장 남쪽 머니투데이 스퀘어, 지하철 광화문역 5·6번 출구 등에서 배포된 호외는 공연 시작 전부터 팬들의 손길이 이어졌다. 한국관광공사의 체험형 콘텐츠를 즐긴 외국인들이 여러 장을 동시에 요청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본에서 온 마유씨(24)는 "곱게 펴서 일본에 있는 친구들에게 선물로 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BTS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호외판을 손에 든 채 발걸음을 옮기는 시민들도 많았다. 인근 지하철 종각역이나 종로3가역에까지 호외를 손에 쥔 시민들이 지나다녔으며 수령 장소를 물어보는 시민들도 있었다. 일부 팬들은 호외판을 끼우기 위해 인근 편의점에서 파일을 구매하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머니투데이 호외판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BTS 공연의 열기를 더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후 1시부터 광화문에 있었다는 이모씨(30)는 "옛날 드라마에서나 본 호외를 직접 보게 돼 신기하다"며 "BTS 공연이 '월클(월드클래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BTS 컴백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여개국에 생중계됐다. 주최 측인 하이브는 이날 공연을 보기 위해 10만4000여명이 모였다고 집계했다. 판매 앨범은 출시 직후 88개국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