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액션만큼 깊어진 성장…어른이 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영화있슈]

화려한 액션만큼 깊어진 성장…어른이 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영화있슈]

차유채 기자
2026.07.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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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영화만큼 흥미로운 영화계 이야기. 화제의 작품부터 논란, 리뷰, 비하인드까지 [영화있슈]가 전해드립니다.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컷.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컷.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동안 침체기를 겪던 마블이 다시 스파이더맨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가 주되게 보여주는 것은 새로운 빌런도, 거대한 액션도 아니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한 소년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지를 담담하게 들여다본다.

이제 피터 파커는 더 이상 고등학생이 아니다. 대학 졸업을 앞둔 그는 몸도 마음도 이전과는 다르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여전히 그는 모두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되고 싶어 한다.

그 대가는 너무도 크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에서 스스로 사라지는 것.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그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는 평범한 일상조차 쉽게 누리지 못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에도 마음 놓고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삶. 이번 영화는 영웅의 화려함보다 그런 외로움을 먼저 보여준다.

그래서 피터는 더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그는 여전히 MJ를 그리워하고, 네드의 주변을 맴돌고, 그렇게 멀리서 두 사람을 바라보다 애써 웃는다. MJ에게 남자친구가 있는지 아무렇지 않은 척 묻지만, 그 질문 뒤에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숨어 있다. 세상을 구하는 영웅도 결국 사랑 앞에서는 평범한 청년일 뿐이라는 사실이 이 장면들을 더 애틋하게 만든다.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컷.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컷.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하지만 세상은 그를 피터 파커로 살아가게 두지 않는다. 위험은 언제든 그의 소중한 사람들을 향할 수 있기에 그는 인간적인 삶을 하나씩 포기하며 살아간다. 그가 머무는 집은 마치 그의 내면처럼 적막하고 고립돼 있다. 화려하게 도시를 날아다니는 영웅의 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쓸쓸하다.

이번 작품에서 거미 DNA는 더 이상 축복처럼만 보이지 않는다. 피터 파커라는 인간의 본성, 스파이더맨이라는 영웅의 책임, 그리고 거미 DNA가 만들어낸 신체적 변화까지. 그는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한다. 액션 영화 속 정체성의 질문이지만,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질문에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따뜻한 답을 건네는 사람은 역시 MJ다.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특별한 존재여서가 아니라 그저 '피터 파커'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영웅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짓눌려 너무 큰 부담을 안고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이번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도 결국, 영웅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끝없이 고민하면서도 끝내 선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 아닐까 싶다.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컷.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컷.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새롭게 등장한 프랭크 캐슬이라는 캐릭터는 피터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지 않은 관객에게는 낯선 인물이지만, 강렬한 존재감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동료 같다가도 적처럼 보이고, 냉혹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믿음직스럽다. 피터에게는 형 같기도, 아버지 같기도, 악당 같기도 한 그의 존재는 영화의 무게를 한층 더 깊게 만든다.

액션 역시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도심을 가르는 스파이더맨 특유의 움직임은 여전히 시원하고,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헐크는 반가움을 안긴다. 무엇보다 브루스 배너가 여전히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인물이라는 점은 짧은 등장만으로도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세이디 싱크가 연기한 새로운 캐릭터도 인상적이다. 신비롭고 강인한 분위기는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결을 만들어낸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존재다.

그리고 메이 숙모(큰엄마). 이미 떠난 인물이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여전히 크다. 피터가 좋은 사람이 되려는 이유, 책임감과 선함을 잃지 않는 이유는 메이가 남긴 말과 삶에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에 메이 같은 어른이 조금만 더 많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컷.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컷.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물론 아쉬움도 있다. 영화 전반에 깔린 짙은 왜색은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다. 닌자 콘셉트의 악당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충분한 서사가 없어 시각적 장치 이상의 의미를 얻지 못한다. 동양적인 이미지를 이국적인 볼거리로 소비하는 방식과 과장된 분장은 다소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반가운 귀환이다. 이번 영화를 보고 있으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아이언맨을 처음 만나 눈을 반짝이던 그 소년이 맞나.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던 소년은 이제 스스로 옳다고 믿는 선택을 하는 어른이 됐다. 잃은 것이 많아졌고, 외로운 시간도 길어졌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구하려는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특별한 능력은 그를 외롭게 만들었지만, 결국 사람들은 그 능력 때문에 피터를 사랑한 것이 아니다. 끝내 선한 선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줄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그를 사랑했다.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컷.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컷.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오랫동안 스파이더맨을 사랑한 이유일 것이다. 그는 가장 강한 영웅이 아니라 특별한 힘보다 좋은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끝내 증명하는, 가장 인간적인 영웅이니까.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사건으로 모두에게 잊힌 피터 파커가 자신의 정체를 기억하는 의문의 적의 등장과 DNA 변이로 통제 불가능한 힘을 얻으며 더 깊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위협에 맞서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오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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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채 기자

머니투데이 스토리팀 차유채 기자입니다. 영화를 비롯한 연예 및 스포츠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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