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고민에 빠졌다. 사업구조개편에 필요한 자금을 놓고서다. 농협의 지주회사 전환에 필요한 추가 자본금만 최소 14조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를 위해선 관련 농협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경제와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려면 앞으로 최소 8조5000억 원을 자체조달 해야 한다. 농협은 정부 지원을 6조원으로 잡고 있지만 이 부분도 아직 명확히 결정되지 않아 자체 조달 금액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지난해 농협의 자본금(교육지원, 경제부문, 신용부문)은 12조원. 지주회사 전환에 필요한 자본금은 26조5000억 원으로 △교육지원 5조원 △경제부문 6조6000억 원 △신용부문 14조9000억 원 등이다. 부족한 자본금이 14조5000억 원이나 된다.
농협은 2012년 1월1일 지주회사 출범을 목표로 앞으로 1년 5개월여 동안 8조5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먼저 올해와 내년 이익잉여금으로 7000∼8000억 원을 적립하고, 중앙회가 갖고 있는 자산을 재평가해 2조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실사는 정부에서 맡을 것으로 보인다.
또 회원 조합들의 출자를 통해 2조원을 만들어 최대 4조8000억 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문제는 나머지 3조7000억 원. 농협은 일단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을 검토할 예정이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관건은 정부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느냐다. 정부는 이 같은 농협의 방안에 회의적이다. 정부 지원금 규모는 물론 자체 조달 수준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농협의 계획안은 농협만의 생각일 뿐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구체적인 자본금 마련 기준뿐 아니라 사업구조도 조율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에선 시급하게 추진하고 싶어 하지만 순이익이 좋지 않은 점도 지주사 전환에 걸림돌이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농협은 은행사업에선 4147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점수와 직원 수를 고려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 금융점포수는 1142개(시군지부 160개 포함)개에 달해 국내에서 가장 점포수가 많은 KB국민은행(1195개)과 비슷하다. 인력은 1만3000명이 넘는다. 그럼에도 시중은행보다 순익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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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경제 부문 지주사 자본금(6조6000억 원)이 신용 부문(14조5000억 원)에 비해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농협의 사업구조개편 목적이 농업 경쟁력 강화와 농업인 삶의 질 향상, 조합의 건전한 발전 도모인데 지주사 전환 방향이 신용 사업 쪽에 너무 치우쳤다는 것.
이에 대해 농협은 BIS 자기자본비율 9%에 맞추려면 그 정도 자본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자본 관련 규제 특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사업구조 개편 이후 농협의 각종 사업을 고려할 때 정부지원은 필수적인 투자다"며 "민간으로부터 자본을 조달하면 경영간섭과 고율배당 등의 압력으로 농업인 지원약화와 협동조합 정체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협 사업구조개편안 마련을 위한 대정부 건의가 지난해 이뤄졌고, 농협법 개정과 개편 실무 작업은 자난 해 11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현재 관련법은 농식품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