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윤증현 장관, 사슴 쫓으면서 산도 봐야

[기자수첩]윤증현 장관, 사슴 쫓으면서 산도 봐야

강기택 기자
2011.01.03 17:51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장기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견해는 평면적으로 본 것이다. 그런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일본 경제전문가의 예측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2020년까지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을 1800시간까지 단축하려고 한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한국 경제의 장기 침체를 예상했다. 과거 2000시간을 넘었던 일본인의 연간 노동시간이 1990년대 들어 줄어들면서 거품 붕괴로 이어졌듯이 한국도 이 같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윤 장관은 "노동시간 감소에 따른 갭(gap 차이)을 메울 생산성을 한국 기업들은 갖고 있다. 우리 기업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했다"고 반박논리를 폈다. 이어 "동아시아가 요소 투입으로 성장했고 생산성 향상 없이 더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만의 주장과 달리 한국 경제는 생산성과 기술 향상에 따라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을 다변화해 지난해 20% 이상 수출을 늘려 세계 7위의 수출국으로 이끈 우리 기업에 대한 외경심을 감출 수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생산성과 기술 향상만으로 헤쳐 나가기에는 올해의 세계 경제가 그리 순탄하지 만은 않을 전망이다. 윤 장관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대로 "올해 세계 경제는 지난해보다 성장률이 낮고 유럽 재정불안,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5%의 고성장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다. 동시에 '3% 이내로 물가를 관리하겠다'는 어찌 보면 상충되는 목표를 한 묶음으로 제시했다.

거꾸로 생각하면 정부의 호언장담은 대다수 예측기관들이 내다보듯 '올해 성장률이 3%~4%대에 그칠 수 있고 물가도 정부 관리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집권 4년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총선, 대선이라는 정치일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정부가 민심을 잡기 위해 경제정책 집행 과정에서 무리수를 둘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번 12.31 개각에서 유임되면서 경제사령탑 자리를 유지하게 된 윤 장관은 '사슴을 쫒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逐鹿者 不見山), 즉 현안에 매달려 다가오는 위험요인을 간과하거나 미래에 대한 준비를 외면하지는 않겠다고 신년사에서 다짐했다. 수치에 집착하기보다 '정부의 생산성, 정책의 생산성'을 우선시하는 경제팀을 기대해 본다. 그것이 사슴을 쫓되 산도 보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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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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