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가계부채 증가속도 늦추고, 가계 스스로 부채관리하도록 유도할 때"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 중 하나라는데 전문가들은 이견을 달지 않는다.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가계부채 문제를 개선점으로 꼬집었다.
하지만 정부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큰 칼을 꺼낼 때는 아니다'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소득 3분위 이상의 중고소득자들이 갖고 있어 전체적인 가계부채 상황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소득 1분위 등 저소득층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거시경제 침체가 2~3년 더 지속될 경우 가계부채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22일 "2-3%대의 저성장 체제가 굳어지면서 가계소득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면서 "고도 성장기에 쌓아놓은 가계부채가 그대로 남아 있어 한계적인 채무자부터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대한 대책은 이 같은 한계 채무자들의 부채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끊어내는 작업이라는 게 김 위원의 분석이다.
하지만 김 위원은 정부가 직접 개입해야 할 만큼 시스템 차원에서 위기로는 번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정부가 이자 탕감 등 전면적인 대책을 써야 하는 시점은 금융회사들의 부실이 심각해져 시스템 리스크로 가는 상황인데 아직은 그럴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간연구소 관계자도 "공적자금을 투입하거나 금융사의 자본확충을 유도하는 등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시점은 금융 부분이 위험할 때"라며 "금융사의 수익성 등을 볼 때 아직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소득과 상환능력에 기반한 가계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가계에 지금은 부채를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민간에 '가계부채를 줄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고 이에 맞춰 미국의 저축률이 빠르게 상승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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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계 스스로 가계부채를 적정화시키는 노력을 하고 이 과정을 통해 충격에 대비한 완충력을 갖게 된다"며 "정부는 장기적으로 가계대출을 줄여 나갈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우리나라는 전세자금 등 독특한 금융시스템이 있어 선진국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가계부채 수준 보다는 증가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경계한 것"이라며 "증가 속도 자체는 차츰 둔화하고 있어 (가계부채 문제의) 연착륙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