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1조892억원 세수증대 효과 살펴보니… 청년일자리 늘려 성장동력 마련할까

# 정부는 새해벽두부터 연말정산 파동을 겪었다. 3년 연속 세수가 펑크나자 정부가 직장인 등 급여생활자들의 지갑을 털어 세수를 메운다는 논란이 일었다. 연말정산 대란은 잠시 스치고 지나가지 않았다. 가뜩이나 담뱃값 인상으로 흉흉해진 민심은 연말정산 파동으로 크게 요동쳤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도 곤두박질쳤다. 정부는 5월초에야 연말정산 환급 등 소급입법을 통해 논란을 잠재웠다.
연초부터 홍역을 치른 정부는 한숨을 돌리고 5월말부터 올해 세제개편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정부 앞엔 세수부족 해결이란 목표가 놓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대형 변수가 생겼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전국을 강타한 것. 수십명이 사망하고, 수만명이 격리치료를 받았다. 모든 부처를 다독이면서 세법개정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할 6월, 정부는 메르스 극복에 매진했다.
메르스 여파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보다 더 떨어지는 등 5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소비와 투자는 크게 감소했고, 고용마저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여파로 위축된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나 싶더니, 메르스로 다시 비상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정부의 세법개정 방향도 세수확보에서 점점 경제활력 강화 쪽으로 틀어졌고, 결국 세수확보와 경제활성화란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상황이 됐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메르스 사태라는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내수가 위축돼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져들었다"며 "세수확보도 당면한 문제지만, 경제활력방안도 우리가 중점을 둔 분야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개월여 경제활력을 높이는 방안 찾기에 몰두했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청년 일자리 확대를 답으로 제시했다.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어야 미래 성장동력도 확충되고, 세금도 많이 걷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큰 방향을 청년 고용절벽을 해소로 잡았다. 그러면서 소비여건을 개선하고, 기업들의 수출과 투자를 촉진하는 방안도 만들었다. 청년 고용절벽세제와 대형가전제품 개별소비세 폐지, 수출 중소기업 부가가치세 납부유예 등이 나온 배경이다.
민생안정도 신경썼다. 근로자의 재산형성을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도입하고 자영업자와 농어민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펀드 과세체계도 개편하는 등 금융세제 체계를 확 바궜다. 이같은 정책으로 세수는 약 91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청년고용증대세제로 1200억원, ISA로 5500억원,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 신설 1000억원 등이 큰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의 세수확보 노력으로 전체 세수는 오히려 늘어날 전망이다. 업무용 승용차를 활용한 탈세를 막아 과세형평성을 높이고, 시설세액공제율 인하 등 대기업 대상 비과세·감면제도를 축소했다. 종교인 과세도 다시 추진하기로 했고, 각종 공평과세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약 2조원의 세금을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무용 승용차 과세합리화로 5500억원, 고소득자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 제외 1400억원, 부가세 매입자 납부특례 대상 확대 1100억원, 시설투자세액공제 합리화 1300억원, 대주주 주식양도 과세강화 1300억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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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까지 논의가 이뤄지다가 빠진 것들도 있다. 정부는 당초 주택매매·전세자금 증여세 면제를 검토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일정금액 이상 주택자금으로 증여하면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이다. 소득이 많은 쪽에서 돈이 흘러나올 수 있도록 물꼬를 트자는 게 정책 목표였다. 하지만 정부는 부자감세 논란을 의식에 이번 개정안에 넣지 않기로 했다. 그렇잖아도 세수 부족인 정부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줬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할 게 불보듯 뻔한 탓이다. 또 신용카드 소득공제 방안도 가계부채 등을 이유로 금융위원회가 반대했고, 이번 방안에서 빠졌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으로 총 1조892억원의 세수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세목별로 살펴보면 △소득세 3786억원 △법인세 2398억원 △부가가치세 3135억원 △기타 1573억원 등이다. 세금은 고소득자가 6400억원, 대기업이 4100억원, 외국인과 비거주자 1888억원 등이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민·중산층은 1400억원, 중소기업은 100억원 등 모두 1525억원 세금 감면 혜택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부자·대기업 증세란 지적이 나온다. 앞에선 경제활성화를 외친 정부가 뒤에선 그나마 돈을 쓸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과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걷는단 논리다. 2013년 귀속 소득 기준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법인세를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실제 세금부담율)은 17.3%인데, 최근 2년간 이뤄진 비과세·감면 정비와 올해 세법개정안이 반영돼 실효세율이 20% 안팎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 생각은 다르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사각지대에 과세, 세수를 늘렸단 입장이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경제활력의 방점은 청년과 근로자,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늘리는 방향에 찍혔다"며 "경제위축을 피하면서 세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다보니, 무늬만 업무용 승용차와 같은 사각지대들이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2년 이후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을 줄여 법인세 실효세율이 꾸준히 상승했다"며 "이번 세법개정으로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부문을 해결했기 때문에 실효세율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