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코리아 커지면 저커버그를 총수로 지정할거냐?"

"페이스북 코리아 커지면 저커버그를 총수로 지정할거냐?"

세종=유선일 기자
2021.04.29 16:24

[MT리포트] 총수 없는 쿠팡, 현대차 총수된 정의선③

[편집자주] 2021년 기준 대기업집단이 발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막판에 결론을 뒤집고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총수는 정의선 회장으로 바꿨다.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의 의미를 짚어본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최고경영자)

"페이스북코리아의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충족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고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를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해 한국의 국내법상 의무를 부여하고, 위반시 형사제재 대상으로 할 것이냐."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29일 '2021년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을 쿠팡의 총수로 지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글로벌기업 페이스북, 아마존에 빗대 설명했다. 이날 공정위는 김범석 의장의 국적이 미국인 점을 고려해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는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런 기준만 보면 공정위는 김범석 의장을 총수로 지정해야 한다. 그는 한국 쿠팡의 모회사인 미국 쿠팡Inc의 의결권 76.7%를 가진 실질적 지배자며, 이런 사실은 공정위도 인정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것 만으로 김범석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기업의 한국 법인이 대기업집단 지정 요건을 충족했다고 해서 이들 기업의 '실질적 지배자'인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이조스를 각각 총수로 지정해 한국의 법으로 규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공정위는 향후 '외국인 총수 지정'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예컨대 쿠팡처럼 '검은머리 외국인'이 실질적 지배력을 보유한 대기업집단은 앞으로도 얼마든 탄생할 수 있고, 이 경우에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총수 규제를 피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총수의 정의, 지정요건, 변경 절차 등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제도화 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공정거래법상 총수의 명칭은 공정거래법 제정 후 첫 번째 개정이 이뤄진 1986년 12월 도입됐지만 그동안 명확한 정의·지정요건 없이 관련 제도가 운영됐다.

김재신 부위원장은 지정제도 신설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검토 절차에 착수하겠다"며 "다만 법 개정까지 필요한 경우 이것이 선행돼야 하고, 이후 지정 절차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은 조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총수 지정제도를 신설하더라도 실제로 '외국인 총수'를 지정하고, 공정거래법에 따라 제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예시로 든 페이스북, 아마존 사례처럼 외국인 총수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가정할 때 이들을 국내법에 따라 처벌 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다. 또 총수를 지정하면 그의 특수관계인(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이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의미가 큰데, 국내에 친인척이 없는 외국인 총수에게 이런 규제의 적용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김재신 부위원장은 이런 문제를 거론하면서 "외국인 총수 지정 문제가 그렇게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계 외국인이 한국에 대기업집단을 형성한 사례(쿠팡)가 처음 등장했고, 이런 경우에는 한국에 친족이 있다"며 "(지정기준 신설을) 어떻게 할지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대기업집단 지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공정거래위원회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대기업집단 지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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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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