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고 자식 죽었는데, 부작용 입증은 가족이…" 불신 자초한 정부

"백신 맞고 자식 죽었는데, 부작용 입증은 가족이…" 불신 자초한 정부

이창섭 기자, 박다영 기자
2022.11.01 10:30

[MT리포트]백신공화국, 무엇을 남겼나③

[편집자주] '코로나 코리아'는 '백신공화국'이었다. 백신 도입이 국가 최대 과제가 됐고, 거의 모든 국민이 백신을 접종했다. 지난해 이맘때 높은 접종률을 바탕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다. 백신이 코로나를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이같은 믿음은 깨졌다. 높은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국민 절반 이상이 감염됐다. 3차, 4차 차수를 거듭할수록 접종률은 수직낙하했다. 남긴 것도 있다. 사망과 중증화를 최소화했고 국산 백신의 탄생은 미래의 또 다른 감염병에 대응할 기술적 토대가 됐다. 코로나 3년 백신공화국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짚어본다.

"고등학생 자식이 부모 앞에서 쓰러져 죽었습니다. 부작용 입증 책임은 다 국민에게 떠넘기는데… 우리는 이제 어떤 백신도 믿고 맞을 수가 없습니다."

김두경 코로나19 백신피해자 가족협의회 회장은 겨울철 독감 백신 접종 여부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정부 주도로 국민 10명 중 9명이 코로나19(COVID-19) 백신을 맞았다. 백신 공화국은 코로나19 사망률을 독감 수준으로 낮췄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지만 대신 치명적인 사회적 불신을 남겼다. 백신 접종 자체에 대한 불신이다.

B형 간염, DTP(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소아마비 등 살면서 수많은 백신을 접종한다. 당장 올겨울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이 우려되면서 정부는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을 독려 중이다. 그러나 조두형 영남대학교 약리학교실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을 겪으면서 백신을 불신하는 풍조가 생겼다. 인플루엔자 백신조차 안 맞으려는 국민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내게도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으라고 문자가 왔다"며 "아내도 접종해야 하나 물어보는데 이걸 어떻게 맞느냐. 잘못됐을 때 구제받을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불신 풍조는 코로나19 개량백신의 낮은 접종률에서도 나타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개량백신 접종률은 1%대에 머물러 있다. 14%대에 불과한 4차 백신 접종률보다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불신이 유발된 원인은 낮은 효과와 지속성, 소극적 보상 체계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이 중증화와 사망률을 낮췄다고 했지만 국민이 기대했던 건 '예방'이었다. "백신 접종률이 70%에 도달하면 집단면역을 이룰 수 있다"는 전임 대통령의 발언이 불신의 씨앗을 뿌리고만 셈이다.

백신 항체 지속시간도 약 3개월로 짧다. 면역력 유지를 위해 정부는 2차, 3차, 4차 등 N차 접종을 안내할 수밖에 없다. 의학저널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은 지난 9월 코로나19 부스터샷이 매년 1회 이하로 권장돼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잦은 접종이 대중에게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며 4~6개월마다 부스터샷을 맞는 전략에 회의적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백신 불신을 유발한 가장 큰 원인은 정부 태도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국민에게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피해 보상·지원을 확대하고 입증 부담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까지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의심 사망자는 2452명이다. 그러나 이 중에서 피해 보상이 이뤄진 건 8건에 불과하다. 백신 이상반응 6만4984건 심의 중에서 진료비 보상이 이뤄진 건 2만801건이다. 이마저도 90% 이상이 30만 원 미만의 소액 진료비다. 1년 만에 백신 부작용 인과성을 인정받았지만 보상금으로 진료비 5500원을 지급받은 사례도 있다.

백신 접종 후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에도 환자 사망 시 위로금이 지급된다. 정부는 기존 5000만 원의 사망 위로금을 1억 원까지 올리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위로금'이라는 표현이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김 회장은 "위로금이라는 말이 잘못 해석되고 있다"며 "백신을 맞으라고 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정부가 보상을 해줘야지 '지원 사업'이라고 하면서 제대로 보상을 안 해준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 이상반응 인과성 평가에서 '피해 보상' 범위에 들어가는 조항은 ①~③까지다. ④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와 ⑤명확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에는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김 회장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주장은 ④조항도 ①~③에 포함해 보상해달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우리는 백신 불신론자가 아니었다. 정부를 믿고 접종한 것이다"며 "정부에 대한 신뢰가 이렇게 바닥을 쳤는데, 다음 팬데믹을 어떻게 대비하겠느냐"고 따졌다.

조 교수는 "백신 이상반응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데 1~2년 가지고는 안 된다. 최소 5년이 걸릴 수 있다"며 "그동안 사망하신 분의 유가족에게 생계비나 치료비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백신 피해 보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확실한 평가 없이 이상반응에 그냥 보상해주는 것은 고민해 볼 일이다"며 "이 보상 체계가 코로나19 백신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국가예방접종 사업 전부에 포함이 되는 것이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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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이창섭입니다.

박다영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박다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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