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환경운동, 더이상 시민단체만의 영역 아냐"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환경운동, 더이상 시민단체만의 영역 아냐"

동중국해=조규희 기자
2025.02.03 13:20

[인터뷰]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17일 동중국해 선상에서 진행된 그린보트 관련 인터뷰에서 대답하고 있다. 2025.01.17./사진=환경재단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17일 동중국해 선상에서 진행된 그린보트 관련 인터뷰에서 대답하고 있다. 2025.01.17./사진=환경재단

노동운동을 할 때 산업계가 내뿜는 공해물질을 없애는 데 초점을 뒀다. 1세대 환경운동가로서 40년의 세월을 보낸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환경운동의 패러다임 변화를 고민한다.

부산-대만-일본을 아우르는 그린보트 동행길에서 만난 최 이사장은 "환경운동이 이제 더 이상 시민단체만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뜻있는 시민과 활동가가 모여 환경 보전에 힘쓰는 시대가 지났다는 의미다.

특히 비정부기구(NGO)만의 협력을 넘어 정부, 기업, 전문가, 시민단체가 협력하는 친환경운동의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환경운동가의 역량 강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반기업 정서'의 탈피도 함께 주문했다.

다음은 지난달 17일 동중국해 선상에서 진행한 최열 대표와의 일문일답.

-1세대 환경운동가로 40여 년간 환경운동에 전념하게 된 원동력이 무엇인가.

▶환경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각해지고 그 양상이 다양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멈출 수 없다는 책임감이 나를 움직였다. 급격한 산업화로 일본의 이타이이타이병 같은 공해물질 위협이 대두됐고 이를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환경운동의 출발점이 됐다.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공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부족했다. "공해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는 조롱 섞인 말이 들리던 시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한 과학자, 교수, 활동가들과 함께 전국을 다니며 공해 문제 해결에 힘썼다.

-환경운동의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가장 큰 변화는 기후환경 문제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악화되면서 환경운동이 이제 더 이상 시민단체만의 영역이 아니게 됐다는 점이다. 기후환경 이슈는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의 주요 아젠다로 자리잡았다. 세계적인 투자자본도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며 ESG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지난 10년간 경영자들이 꼽은 가장 심각한 위기 10가지 중 상위 3~4개는 항상 기후변화, 식량 부족 등 기후와 연관된 사안들이었다.

-환경운동의 주체가 다양해졌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과 재활용 법률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기업은 경영 혁신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투자자본 또한 기후테크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대응은 다소 아쉽지만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한다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기후환경 문제에 각성한 시민들에게 달려 있다. 특히 최근 많은 청년들이 환경운동 단체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스타트업 등 다양한 형태로 기후환경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어 희망적이라고 보고 있다.

-환경운동의 변화 속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면.

▶'원칙은 소나무처럼, 적용은 버드나무처럼'이라는 신조를 지니고 있다. 원칙은 흔들리지 않고 견고해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뜻이다.

환경운동에서 어떤 주장을 할 때, 상대방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맥락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강하게 주장한다고 해서 모두가 수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환경재단은 환경영화제, 항해 프로그램, 전시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문제를 이야기해왔다. 딱딱하고 어려운 환경문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으로 전달하면 더 쉽고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17일 동중국해 선상에서 진행된 그린보트 관련 인터뷰에서 대답하고 있다. 2025.01.17./사진=환경재단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17일 동중국해 선상에서 진행된 그린보트 관련 인터뷰에서 대답하고 있다. 2025.01.17./사진=환경재단

-차세대 환경운동가들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인가.

▶환경운동은 지구력과 순발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일이다. 또한 세상의 변화를 한 발 앞서 읽는 통찰력도 필수적이다. 지속가능한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지식과 정보,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를 뒷받침기 위해 다양한 학습과 환경 체험이 필수적이며, 스스로 환경을 체험하고, 다양한 분야를 함께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환경운동가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본다.

▶차세대 환경운동가들이 지치지 않고 환경운동에 전념하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선배 세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재단이 2002년 창립 직후부터 가장 먼저 착수한 활동도 바로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위한 장학 지원 사업이었다. 지금까지 110명 이상의 석·박사 과정을 지원했으며, 이를 통해 차세대 환경운동가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힘써왔다.

-NGO의 지속가능한 성장도 중요하다.

▶NGO는 시민사회의 기반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단체의 철학과 활동에 동의하고 후원하는 지지 그룹이 없다면 NGO가 존재할 이유가 사라진다.이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특히 NGO만의 협력을 넘어 정부, 기업, 전문가, 시민사회 단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협력에는 서로 견제와 균형도 필요하지만, 대안을 마련할 때는 여러 이해당사자가 머리를 맞대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지속가능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NGO는 이러한 문화를 형성하는데 앞장서야 하며 견제와 협력을 통해 사회를 성숙하게 이끄는 길잡이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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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희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조규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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