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에 혜택을 집중하는 이유는 지방 일자리 창출과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있는 반도체 산단을 강제로 분산하기 보다 지방에 대한 집중 지원으로 기업의 투자 유인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3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에 대한 주요 지원 근거를 담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2월 제정돼 오는 8월 시행될 예정이다. 반도체 패권 확보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오는 8월 법 시행에 맞춰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시행령은 법에서 위임한 세부 지원 내용 등을 담을 예정인데 핵심은 지방에 대한 우대지원으로 반도체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분야에서 글로벌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시스템반도체 등에서는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주요 반도체 기업과 생산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산업 확장성과 안정성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이재명 정부 들어 용인에 조성 중인 국가 반도체 산단을 일부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인재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뿐더러 새로운 인프라 조성에 따른 비용 부담과 중복 투자 등으로 오히려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논란이 가중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옮기라고 옮겨 지겠냐"며 "기업은 돈이 되면 부모가 말려도 한다. 경제적 유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기업의 지방 이전을 강제하기 보다는 다양한 지원책을 만들어 기업이 스스로 지방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도체 경쟁국인 대만과 일본의 경우 지역 분산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대만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TSMC는 신주, 타이중, 가오슝 3개 지역에 과학단지를 분산 배치했다. 일본은 TSMC를 구마모토에 유치하고 라피더스(일본 파운드리 기업)는 홋카이도에 설립해 지역 발전을 도모했다.
정부도 신규 반도체 산단 조성에 지방을 우선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개최된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정부는 광주, 부산, 구미를 잇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를 조성하는 구상을 발표했다. 광주는 패키징, 부산은 전력반도체, 구미는 소재·부품·장비에 특화해 지방에서도 수도권처럼 반도체 산단 간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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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이전으로 인해 기업들이 우려하는 우수인재 유치를 위한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특별법 시행령에는 해외 우수인력 유치를 위한 정부의 지원 사항으로 △인재 발굴·유치 비용 △출입국 편의 제공 △해외인력과 그 가족의 주거 안정 및 정착 지원 등을 명시했다. 특히 지방 소재 반도체 산단에 취업하는 인재에 우대조치 한다는 방침이다.
중복투자나 신규 인프라 구축에 따른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전력망, 도로, 용수 등 산업기반시설 조성 비용은 정부가 50% 이상 지원하도록 하고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경우에는 최대 100%까지 지원하도록 했다. 국공유지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최대 100%까지 사용료를 감면할 예정이다.

다만 시행령 내용 중 신규 반도체 산단을 수도권이 아닌 지방으로만 한정한 것을 두고 해당 지자체에선 반발이 이어지는 중이다. 시행령 15조에는 신규 반도체 산단 승인 요건으로 '수도권 외의 지역일 것'이라는 조항이 추가됐다. 지난해 말 보고회에서도 정부는 첨단산업 특화단지에 대해 비수도권 신규 지정 원칙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최근 산업부에 해당 조항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수도권 지역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에는 관할 시군과 공동 대응을 위한 긴급 현안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시행령은 지자체 등 관계부처의 의견수렴을 진행하는 중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기존 수도권 기업의 지원을 다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 혜택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