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생활주택 공급과잉 현실화]
- 4년간 전국 16만가구 공급…10가구中 4가구 미분양
- 공급과잉에 공실률 늘어 계약자들 임대수익도 추락
- 중소건설업체 사업포기…오피스텔·관광호텔 변경도
- "1~2인 주택공급 물량 해소…속도조절 나서야할 때"

1~2인가구의 주거문제 해소를 위해 도입된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과잉 우려가 현실화됐다. 건축규제 완화와 세제혜택 등에 힘입어 지난 4년간 전국적으로 16만가구가 일시에 공급되다보니 미분양과 공실 증가, 수익성 악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해 정책적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적으로 공급된 도시형생활주택은 총 5만6826가구로 지난해 하반기(5만4301건)보다 4.6% 증가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에 전체 공급량의 61%에 달하는 3만2984가구가 집중됐다.
이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비해 주차장 등 건설기준이 완화된데다 분양가상한제도 적용받지 않고 올해까지 국민주택기금에서 연 2%의 저리로 건설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등 공급자에 대한 혜택이 많아서다.
◇고분양가·공급과잉에 미분양 속출
가장 큰 문제는 공급이 단기간에 급증한 데 있다.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자 미분양과 함께 공실 증가 등 예고됐던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 서울 종로구 충신동 CS타워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지난해 6월 준공했지만 지금도 회사보유분을 분양하고 있다. 평균 2억원에 육박하는 고분양가에다 인근에 유사한 규모의 다세대 원룸이 들어서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다.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집중됐던 마포구와 송파구, 영등포구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발생했다. 분양 당시 청약률이 수십대일까지 치솟았다는 광고와는 달리 실제로는 저조한 계약률로 인해 1년 넘게 회사보유분·특별분양 등의 명목으로 재분양하고 있다.

공급과잉은 미분양 증가뿐 아니라 계약자들의 임대수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입 초기에 도시형생활주택 붐이 일면서 분양이 성공하자 인근에 유사한 규모의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원룸들이 줄줄이 들어서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이 늘고 있다는 게 부동산중개업계의 지적이다.
영등포 대림동 S부동산 관계자는 "서울 도시형생활주택 1호인 하나세인스톤1차가 성공적으로 분양에 성공하자 인근에 비슷한 규모의 도시형생활주택이 대거 들어섰다"며 "하지만 수요가 한정되다 보니 초기보증금 1000만원에 월 70만원 수준이던 임대료가 최근엔 보증금 500만원에 월 55만원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PICK!
한 도시형생활주택 분양대행사 사장은 "최근 공급이 너무 몰리다보니 준공후 분양을 해도 10가구 중 4가구는 미분양된다고 본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행사는 공사비 회수를 위해 급한대로 회사보유분을 전세로 돌려 자금을 융통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돈 안되네"…손털고 빠지는 사업주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시형생활주택 신규 인·허가 건수도 줄었다. 지난 6월 한달간 전국에 공급된 도시형생활주택은 총 1만977가구로 전월대비 6.8% 감소했다.
특히 5대 광역시의 경우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공급량이 많았던 부산은 6월 공급량이 전월대비 57.7% 감소했고 인천(-28.5%)과 대구(-92%) 등도 급감했다. 5대 광역시 외에 전북(-70.2%) 제주(-67.8%) 경남(-33.7%) 경기(-3.6%) 등도 공급이 줄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미분양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지자 도시형생활주택에 관심을 보이던 중소형 건설업체들도 서서히 손을 떼고 있다"며 "기존에 도시형생활주택을 짓기 위해 도심부에 토지를 매입한 시행사들도 오피스텔이나 관광호텔 등으로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용 토지를 확보해 놓은 사업주들이 여전히 많은 만큼 당분간 일정량의 공급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따라서 전·월세난 해소 등을 위해 단기간에 1~2인주택 공급물량을 늘려야 했던 정책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된 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덕례 한국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은 "1~2인가구 증가 속도에 비해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속도가 너무 빨랐다"며 "이미 일부 지역에서 미분양, 공실 증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수익률도 빠르게 하락해 인위적인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