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끝 없는 공사비 인상, 둔촌 사태 또 나온다④

"사랑제일교회 사례는 대법원 판결도 무시됐다고 봐야죠. 아무리 촘촘하게 기준을 만들어 제도를 운용해도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상황에선 한계가 있습니다."
서울시 정비사업 공공지원제도 담당자의 말이다. 이 제도가 정비사업 첫 단추를 꿰는 역할을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을 모두 조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정비사업 공공지원제도는 정비사업 수립 단계에서 완료까지 시행 과정을 공공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해당 정비구역 구청장이 공공지원자이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등이 대행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추진위 구성 △건설사업관리자 등 용역업체 선정 △조합설립 준비 △추진위 또는 조합의 운영 및 정보공개 △세입자 주거 및 이주대책 수립 △관리처분계획 수립 △건설업자 선정방법 △권리 확정, 등기 절차, 청산금 징수 및 지급, 조합 해산 등의 업무를 지원한다.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에 따르면 토지 등 소유자 100명 미만으로 주거용 건축물 건설 비율이 50% 미만인 소규모 재개발 사업 외에는 모두 공공지원제도를 거친다. 2010년 도입됐고 그해 7월 15일 이후 사업을 추진한 시내 재개발, 재건축 단지에 적용했다.
시내 정비사업은 이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전문성과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한 조합 집행부가 특정 업체와 유착한 비리가 자주 발생한 이유다. 조합 내부 갈등으로 사업이 장기 표류하면서 과도한 비용이 발생한 사업장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공공지원제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사는 공공지원제도를 반기지 않는다. 서울시 의견이 반영된 공공성을 중시한 설계안은 단지 외관이나 내부 커뮤니티시설 등의 고급화를 추구하는 조합과 충돌한다.
조합과 시공사가 제안한 대안설계가 서울시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아 철거와 이주를 마치고 몇 년간 사업이 지체된 사례도 있다.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단지의 '스카이브릿지'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2019년 상반기 이주를 마쳤는데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대안설계가 2년 6개월 이상 반려된 끝에 올해 1월 심의 문턱을 넘었다.
전임 시장이 강조한 '35층 제한' 룰을 반영한 설계안도 조합과 갈등을 불러왔다. 이 제도는 건설사들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35층 층고 제한은 혁신 설계와 거리가 멀다"며 "층고를 높이고 다양화해서 건폐율을 낮추는 게 훨씬 주거환경 개선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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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올해 3월 발표한 2040 도시기본계획에서 층고 제한을 폐지한 만큼 공공지원제도를 거친 설계안에 대한 거부감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르면 대안설계에 따른 인허가 관련 비용, 설계비 및 사업시행인가 용역비 등 증액된 공사비는 해당 건설사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이 원칙은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계약 후 '혁신설계'로 명칭을 바꿔 자연스럽게 증액을 요구하는 수순으로 이어진다.
증액된 공사비 검증 제도도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2019년 10월부터 '공사비 검증' 제도가 도입됐다. 정비사업 시행사가 시공사와 도급 계약을 체결한 뒤 공사비를 5% 이상(사업시행인가 전 시공사 선정 시 10%) 증액하려는 경우 한국부동산원, LH 등에 증액의 적정성 검토를 맡기는 것이다. 이보다 증액분이 적어도 조합원 20% 이상 요구하면 조합은 공사비 검증을 요청해야 한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둔촌주공을 비롯해 10여 개 단지가 공사비 감액 결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감액 결정을 수용한 사업장은 없다. 법적 효력이 없는 '권고'에 그치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부동산원의 공사비 적정성 평가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사적 영역에 공공이 과도하게 개입하면 재산권 침해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