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직원은 좋던데 은행이 별로야"

[현장클릭]"직원은 좋던데 은행이 별로야"

반준환 기자
2009.06.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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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상인이 이종휘 우리은행장에 던진 '뼈아픈' 한마디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금융권에서 손꼽히는 재무·기획통입니다. 대개 이런 스타일은 현장에 소홀하기 마련인데, 이 행장은 고객들과의 만남을 즐겨합니다. 올 1월에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을 만났지요.

그런 이 행장이 24일 광장시장을 찾았습니다. 광장시장은 1904년 고종황제의 내탕금을 재원으로 설립됐다고 합니다. 우리은행 역시 1899년 황실의 자금으로 설립됐으니 인연이 깊습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 광장시장을 방문해 현금 수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출수납'을 하고 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 광장시장을 방문해 현금 수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출수납'을 하고 있다.

재래시장 상인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이 행장은 오전 7시 50분 시장 인근의 종로4가 지점 직원들과 함께 파출수납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이 지점은 1916년 설립돼 90년 가까이 상인들과 애환을 함께 한 곳입니다. 시장을 돌며 입출금 업무를 대행하는 파출수납도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시작했다고 합니다.

수납 업무를 끝낸 이 행장은 시장 상인들과 함께 간단한 아침식사 겸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4형제가 모두 시장에서 일한다는 상인부터, 의과대학 레지던트로 일하는 딸을 둔 상인까지 다양한 사람이 참석했습니다.

그들은 이 행장에게 여러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수수료, 이자, 대출한도 등에 대한 지적부터 소액 외화대출 건의 등 다양했습니다. 투자상품 불완전 판매를 지적하는 대목은 아팠던지 해장국을 먹던 이 행장의 얼굴이 어두워지더군요.

그래도 직원들에 대한 평가에서는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우리은행 직원들이 가장 훌륭하다", "상인들이 출근하는 7시가 채 안돼 나올 정도로 성실하다", "가족들의 거래은행을 모두 우리은행으로 바꿨다" 등 화기애애했습니다. 한 상인은 "직원들이 영업하기 편하게 은행의 제도를 개선해줬으면 한다"며 애정을 보였습니다.

또 다시 분위기를 반전시킨 건 농담조로 나온 "우리은행 직원들은 정말 좋은데, 은행은 싫다"는 말이었습니다. 평소라면 이 행장이 소탈하게 웃으며 받아 넘겼을 텐데, 이 때 표정이 굳어지더군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은행의 뼈아픈 현실을 적시한 때문인 듯 했습니다.

직원들은 열심히 뛰고 있는데 나오는 결과는 그렇지 못합니다. 지난 해에는 업계 최고의 수익을 올렸으나 수년전 발생한 해외유가증권 투자손실과 대손충당금 탓에 성적이 대폭 깎였고,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양해각서도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은행원 급여가 높다고 하지만, 우리은행은 예외입니다. 펀드 불완전 판매 탓에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직원보다 은행의 시스템이 뒤쳐지는 격입니다. 물론 다른 은행들도 별반 다르지는 않습니다.

우리은행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조만간 사내문화 및 조직개편에 착수한다고 합니다. 이번 작업에 따라 우리은행의 진로가 결정될 것입니다. 취임 1년을 맞은 이 행장이 내년에는 "우리은행이 너무 좋다"는 말을 들게 될 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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