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지난달 말 취임했습니다. 재무부, 주영국대사관, 대통령비서실 등을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정통 경제 관료이니 산적해 있는 예보 현안을 잘 풀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외치'(外治)에는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사장이 '내치'에도 힘을 발휘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예보는 출범 당시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금융시장을 책임지는 3대 안전망'을 표방했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위상이 크게 약화됐습니다. 정책적으로는 한은에 밀리고, 기능적으로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금융 부실의 사후처리에 적극 뛰어든 캠코와 비교해도 수동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예보는 겉으로 이런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연말 최악의 경제위기를 대비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여러 비상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예보가 공개하지는 않은 이 대책은 금융시장이 호전되면서 쓰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지금 불거지고 있는 금융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에 대해서는 2005년 말부터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드러내 놓고 자랑하지 않은 성과가 많았습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예보 업무가 '잔소리 하는' 입장이어서 박수받기 힘들지만 인정할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하더군요.
다만 직원들의 사기는 무척 떨어져 있는 듯 합니다. 외부 평가에 의연한 척 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게 사실이고, 공기업 복지축소 탓에 급여는 계속 낮아졌습니다.
최근에는 임원 인사 문제 때문에 뒤숭숭하더군요. 임원 1명의 자리가 비었는데, 내부 승진 대신 외부 인사가 올 가능성이 높은 모양입니다. 한 직원은 "능력만 훌륭하다면 사람을 가릴 필요는 없지만, 내부에도 뛰어난 인재들이 많지 않느냐"고 반문하더군요.
사기가 떨어진 병사들은 쓸 곳이 없다고 합니다. 예보는 출범당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듯 합니다.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내치에 강한 CEO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