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콧수염이 정답이네"
김승유하나금융지주(119,700원 ▼3,800 -3.08%)회장이 오랜만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2주전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최창식 행장이 한국 본점을 찾았을 때라고 하네요.
최 행장은 얼굴을 뒤덮는 수염을 길렀습니다. 수개월동안 정성을 쏟아 부은 거랍니다. 보수적인 은행 문화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파격적'이지요. 그럼에도 김 회장이 나무라기는커녕 오히려 칭찬을 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하나은행은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이 있습니다. 최 행장은 지난 2월 인도네시아 현지은행인 'PT뱅크 하나'를 맡았습니다. 수도 자카르타에 도착해 보니 콧수염을 기른 남자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하네요. 90%가 무슬림인 탓입니다.
최 행장은 현지법인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에서 무릎을 탁 쳤다고 합니다. "그래 수염! 수염이다"라고. 현지인과 거부감 없이 섞일 수 있는 전략이 바로 '콧수염'이었던 셈이죠.
지금은 교민들 사이에서 최 행장은 유명인사입니다. 교민들이 즐겨보는 한국어신문에 대담기사가 나가기도 했습니다. 덩달아 은행 직원들도 수염을 기르는 중입니다.
사실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화교들도 인도네시아에서 만큼은 수염을 기른다고 하네요. 아무리 장사 수완이 좋아도 현지인으로부터 알게 모르게 배척을 당해서라고 합니다. 거리감을 좁히려면 외모를 바꾸는 수밖에요.
최 행장은 요즘 "머리가 빠지는 것보다 수염이 흐트러지는 게 더 신경 쓰인다"고 합니다. 2주에 한번 꼴로 이발소에 도장을 찍는 답니다. 한국 지인들도 "인도네시아 사람 다 됐다"고 혀를 내 두를 정도.
그렇다보니 김 회장이 "해외진출 전략을 가장 파격적으로 실천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우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중국과 함께 인도네시아는 하나은행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국내 은행의 최대 관심사는 순이자마진(NIM).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들은 NIM이 무려 5%대라고 합니다. 국내은행의 2배 이상입니다.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지요. 신한은행이 일본 현지법인을 세우는 등 은행들이 해외진출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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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위기 후폭풍은 여전합니다. 무턱대고 나가는 것보단 예의 '콧수염 은행장'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