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은행원, 거짓말쟁이 됐어요"

[현장클릭]"은행원, 거짓말쟁이 됐어요"

정진우 기자
2009.08.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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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금 납부 등 잡무가 많은 월말을 제외하고 은행에 사람이 몰리면 아파트 청약시즌이거나 은행에 도둑이 들었거나 둘 중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오래전 이야기죠. 요즘은 인터넷뱅킹시스템이 잘 구축돼 굳이 은행에서 청약할 필요가 없고 보안도 거의 완벽해 도둑이 들기도 어렵습니다. 은행에 사람이 몰릴 일이 크게 줄었지만 연말만 되면 은행창구는 북적거립니다. 장기주택마련저축(장마) 등 소득공제용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서죠.

2005년 말 장마가 곧 사라진다는 소식에 직장인 등이 대거 은행을 찾았습니다. 얼마전 은행들이 직원들에게 수백좌씩 할당하며 경쟁적으로 판매한 주택청약종합저축처럼, 당시 은행들은 장마에 흠뻑 빠졌습니다.

고객 가운데 1명당 5좌는 기본이고 10좌까지 가입하는 경우도 나타났습니다. 장마는 소득공제뿐 아니라 비과세혜택도 있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연 5%에 가까울 정도로 금리도 높았습니다. 직장인들에겐 그야말로 매력적인 상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5일 정부가 내년부터 장마에 대한 소득공제를 없앤다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정부는 장마에 비과세혜택이 있는데 소득공제까지 해줄 필요가 있냐고 반문합니다. 주택마련을 위한 상품이 아니라 그냥 저축상품일 뿐이라는 이유도 덧붙였습니다.

장마에 가입한 고객들은 배신감을 느낀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비과세와 소득공제 혜택을 앞세워 그렇게 팔았는데 이제와 말을 바꾸면 되느냐는 겁니다. 특히 기존 가입자에게도 적용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반응입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후 장마에 가입한 고객들이 항의성 문의를 많이 한다"며 "절세상품이라고 열심히 팔았는데 지금 완전 거짓말쟁이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저런 비난을 받게 된 은행창구 직원들은 정부를 원망하는 눈치입니다.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 고객응대가 갈수록 어렵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어떤 직원은 "은행상품으로 재테크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까지 하네요.

세제개편안은 여론 수렴이나 국회 심의 등 여러 절차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정책당국은 은행영업점 분위기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민대책이라면 서민의 고민을 우선 현장에서 짚어봐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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