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빈 신한지주 이사회 의장 vs 라응찬 회장

전성빈 신한지주 이사회 의장 vs 라응찬 회장

신수영 기자, 정진우
2010.09.18 10:43

'신한사태' 임시이사회서 누구편도 들지않고 빠른 사태 봉합 돋보여

'전성빈 이사회 의장을 주목하라.'

고발과 고소로 얼룩진 '신한금융 사태'의 향방을 결정지을 임시이사회가 열리던 지난 14일.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및 이백순 행장은 물론 신한금융 임직원과 보도진들의 눈과 귀는 전성빈 서강대 교수에 집중됐다. 이사회 안건 상정과 회의 진행 및 결정 등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사회와 사외이사는 경영진들이 제시하는 의안에 대해 대부분 승인해줘 '거수기'라는 비아냥을 받아왔지만, 그날 이사회는 신한금융의 앞날은 물론 한국 금융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칠 사안을 다루게 돼 있어 '거수기 이사회'는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사태 발생 13일 만에 열린 이사회는 국내 금융사 지배구조와 이사회의 역할을 시험하는 일종의 시험대였다. 이사회를 앞두고 양측의 물밑 전투가 치열한 가운데 이사회가 누구의 편을 들어주느냐에 초미의 관심이 몰렸다.

이사회가 임박하며 전 교수가 라응찬 회장의 편을 들어 신 사장에 불리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추측도 떠돌았다. 라 회장이 전 교수를 추천했고, 자신이 맡고 있던 이사회 의장직도 물려줬다는 점 등이 이유다.

전화로, 강의실로, 연구실로, 기자들의 문의가 쏟아졌지만 전 교수는 입을 굳게 닫았다. "한마디만 해주세요." 문 앞을 막아선 기자들의 질문에도 전 교수는 그냥 웃기만 했다. '온화한 성품과 부드러운 말씨로 무장했으나 일을 추진하는 데는 누구보다 빠르다'는 주위의 평 그대로였다.

고민 끝에 내린 이사회의 결정은 신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 이사들로서는 누구의 편도 확실히 들지 않으면서 빠른 사태 봉합이 가능한 '안전판' 선택이었다. 전 교수는 양측의 설명을 들은 뒤 라 회장 등 관계자 3인을 내보낸 채 사외이사들끼리 논의를 했다는 후문이다.

이어 브리핑에서 전 의장은 "신한의 위상과 브랜드 가치를 회복하고 과거보다 미래를 생각하자는 데 이사들이 의견을 모으고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그간의 고민을 피력했다.

신한지주 안팎에서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전 교수가 맡아 잡음 없이 일처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록 직무정지가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그래도 남다른 추진력을 지닌 전 의장이었기에 의견 조율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이사회가 정부의 사외이사 모범규준 덕을 봤다는 얘기도 한다. 신한지주가 지난 3월 정부의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적극 반영,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면서 전 교수가 의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라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왔다.

당시 전 교수는 라 회장의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를 연임하게 되며 이사회 의장직에 올랐다. 2007년 3월부터 3년째 사외이사를 맺고 있어 정행남 재일교포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가장 활동 경력이 길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전성빈 교수는 신한지주 사외이사를 오랜 기간 맡고 있어 지주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임시 이사회에서도 조정자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전 교수는 인자한 성품 덕에 학생들한테도 인기가 많다. '웃으면서 (학생들은)눈물이 날 정도로 과제를 많이 내준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매학기 수강 신청 시 전 교수 수업엔 학생들이 몰린다. 다소 깐깐하지만 잘 가르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경기여고와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에선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1991년부터 서강대학교 경영학부에서 회계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2008~2009년에는 서강대 경영대 학장을 역임했다.

학자 출신으로 기획예산처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자문위원회 위원·비상임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 등을 두루 거쳐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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