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고객정보 보유현황, 막상 보니 합법성 검증조차 할 수 없어…CEO확약, 최소한만

금융당국의 TM(텔레마케팅) 영업 허용 방침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영업을 재개할 수 없는 처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직접 동의 받은 고객정보와 제휴로 넘겨받은 정보 등이 뒤섞여 있어 보험사 스스로도 합법성 여부를 검증할 수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은 CEO(최고경영자) 책임 범위를 최근 계약 고객 등 동의가 확실한 일부 정보에만 국한시키기로 행정지도를 변경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금융회사들의 고객정보 관리 실태가 상상 이상으로 허점투성이여서 전수조사 방식을 바꾼 것이다.
(☞본지 2월3일 보도[단독] TM영업 금지 푼다…"빠르면 다음주부터 허용", 2월4일 보도섣불리 TM 영업 재개했다가 'CEO 해임' 당한다참고)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은 긴급회의를 열고 지난 4일 발표한 'TM 등 비대면 영업제한 후속조치'를 수정했다.
영업재개의 전제조건인 '보험회사가 직접 동의 받은 자사 고객 정보 확인'과 '해당 정보 활용의 적법함에 대한 CEO 확약'을 보험회사가 이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보험회사가 보유한 고객정보 중에서 직접 동의 받은 정보를 분명히 구분할 수 없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산 상에서 제휴 받은 정보들과 직접 동의 받은 정보들이 뒤섞여 있다"며 "수천만 건에 달하는 정보들을 출처에 따라 일일이 나누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분류조차 안되니 정보 수집·활용의 적법성을 확인하기란 애초 힘든 일이었다. 따라서 자체 점검한 내용을 CEO가 확약하는 절차는 아예 실현가능성이 없다. 나중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CEO가 자리를 내놓아야할 판인데 확약할 수 있는 CEO가 어디 있겠냐는 얘기다.
한 보험사 임원은 "담당자도 정보의 합법성을 확신 못하는데 어떻게 CEO한테 확인을 받나"라며 "앞으로 새로 들어올 정보에 대해서는 몰라도 기존에 갖고 있던 고객 정보는 누구도 출처와 합법성을 100% 확신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출 기한인 지난 7일을 넘긴 9일까지 금감원에 CEO 확약서를 낸 보험사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상당수 보험사들은 "차라리 영업을 안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보험사 스스로 고객 정보 관리체계의 허점을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현실을 반영해 TM 영업 재개 방식을 수정했다. 먼저 보험사들은 11일까지 △전체 계약자 리스트(숫자) △전산 상에 고객 동의가 확인되는 대상자(A) △A 중에 실제 고객 동의여부가 확실한 대상자(B) 등을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CEO 확약에 따른 책임은 B에 대해서만 묻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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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은 금감원의 확인 절차가 끝나는 대로 B에 대한 TM 영업을 할 수 있다. 앞으로 보험사들은 1주일에 한 번씩 매주 주말마다 고객 동의여부를 추가 확인해 당국에 영업 대상 명단을 내야 한다. B의 범위를 1주일에 한 번씩 넓혀나가는 식이다.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된 보험사, 카드사 등의 제휴 정보 확인 방식도 이와 비슷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사실상 모든 금융사의 고객 정보를 처음부터 전수조사토록 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루에 TM 영업사원 1명당 실제 상담건수가 50건 안팎으로 제한돼 있어 조금씩 영업 대상 고객정보를 확대시켜 나가더라도 영업 자체에 큰 제한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모든 금융회사 보유 고객정보의 합법성을 전수 조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 TM 영업 완전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