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 '해피워터·힐링로드'···스리랑카의 눈물 닦는다

메이드 인 코리아 '해피워터·힐링로드'···스리랑카의 눈물 닦는다

누와라엘리야, 함반토타, 골(스리랑카)=변휘 기자
2014.06.30 17:17

[금융강국코리아 2014 ⑩-1]수출입銀 EDCF, 스리랑카 상수도·도로 사업 지원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지난 2005년부터 매년 기획해 온 '금융강국 코리아'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우리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합니다. 머니투데이는 '또 다른 10년'을 화두로 제안합니다. 해외진출의 현주소를 진단해보고 새로운 10년을 열어갈 중장기 계획과 비전을 점검합니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며 오늘을 개척하는 우리 금융전사들의 현장을 향해 지구촌 곳곳을 찾아갑니다.

#지난 10일 스리랑카 남서부의 행정수도 콜롬보(Colombo)에서 중부 고원지대 누와라엘리야(Nuwara Eliya)로 향하는 길. 실제 거리는 100㎞ 쯤으로 멀지 않지만 왕복 2차선 도로가 대부분인, 그마저도 아스팔트로 제대로 포장된 길을 찾아보기 힘든 스리랑카에선 네 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누와라 엘리야는 '실론티'로 유명한 스리랑카 안에서도 가장 고급 차가 재배되는 농장지대다. 적도 근처의 강한 햇살과 해발 1830m 고원의 청정한 바람과 서늘한 기후 덕분에 최상품의 홍차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교통이 문제다. 스리랑카는 남부의 콜롬보-골 구간의 왕복 4차선을 제외하곤 고속도로가 없다. 누와라엘리야의 홍차 역시 구불구불한 비포장 산길을 따라 도시로 운반된다. 수시로 쏟아지는 비에 진흙탕으로 변한 길의 풍경은 현지인들에겐 일상이다.

지난 10일 스리랑카 중부 누와라엘리야에서 EDCF 지원으로 진행 중인 해튼-누와라엘리야 도로 개선 사업 현장. /사진=변휘 기자
지난 10일 스리랑카 중부 누와라엘리야에서 EDCF 지원으로 진행 중인 해튼-누와라엘리야 도로 개선 사업 현장. /사진=변휘 기자

#남부의 해안 도시 함반토타(Hambantota)는 스리랑카 제2의 항구도시다. 콜롬보가 서쪽 해안에 위치한 탓에, 스리랑카 정부는 함반토타에 새로운 항만과 도시를 건설해 인도양의 거점 무역항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중반부터 공항·항구·철도가 건설되는 등 스리랑카 정부가 성장 거점 기반시설 조성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물이 걸림돌이었다. 함반토타 주변에는 큰 강이 없는데다 해안에 인접해 바닷물이 육지 내 하천으로 역류하는 경우가 잦다. 강수량도 연간 1000~1250㎜로 내륙의 절반이다. 식수 부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펌프로 퍼낸 지하수 또는 우물·강물 등을 먹다 보니, 오염된 식수 때문에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스리랑카 경제 발전의 열쇠, EDCF=수출입은행이 운영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은 스리랑카 개발 난제의 열쇠다. 내륙 곳곳을 잇는 도로 확장·포장 사업과 마실 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상수도 구축은 스리랑카의 성장의 뼈대가 되고 있다. 5월 말 기준 스리랑카에 지원한 EDCF 승인 규모는 총 25개 사업에 5848억원으로, EDCF가 지원하는 52개국 중 4위 규모다.

EDCF 사업은 규모뿐만 아니라 사업의 질에서도 스리랑카 정부는 물론 현지 주민들로부터 크게 환영을 받고 있다. 도로와 상수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각 분야에서 EDCF 사업을 통해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뛰어난 사업 추진력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EDCF 지원으로 스리랑카 골 상수도 사업장이 완공되면서 만성적 물 부족에 시달리던 20만여명의 주민들은 안정적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사진은 골 정수장. /사진=변휘 기자
2008년 EDCF 지원으로 스리랑카 골 상수도 사업장이 완공되면서 만성적 물 부족에 시달리던 20만여명의 주민들은 안정적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사진은 골 정수장. /사진=변휘 기자

◇한국산 '깨끗한 물'…골에 이어 함반토타까지=스리랑카 해안도시 골의 상수도 사업장은 하루 2만3000t의 물을 정수해 인근 주민 20만 명에게 끊임없이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이 공사를 맡아 지난 2001~2005년 정수시설을 설치하는 1차 사업, 2006~2008년 391㎞ 길이의 상수도를 매설하는 2차 사업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EDCF 자금만 574억원을 넘는다.

상·하수도 전담 중앙부처를 둘 정도로 물 부족 문제에 관심이 많은 스리랑카 정부로선 골 상수도 사업장의 성과에 비춰 EDCF와 한국의 기술력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골 정수장 건설 사업에 직접 참여한 후 2008년부터는 유지·관리를 맡고 있는 위제시리씨도 "건설 후 잔 고장 한 번 없이 정수장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함반토타의 식수 공급을 책임지는 루후누푸라(Ruhunupura) 상수도 사업을 EDCF와 한국의 기술력에 맡긴 것은 골의 성공에 비춰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EDCF 자금약 870억원이 투입됐으며, 공사는 역시 코오롱글로벌이 맡고 있다. 루후누푸라 상수도는 약 절반이 가정용으로, 나머지는 공항과 상업용으로 공급된다. 11월 말 공사가 완료되면 우선 가정용으로만 11만2000여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

함반토타의 주정부 신청사 역시 지난 2005년 약 190억원의 EDCF 자금이 투입됐고, 경남기업이 공사를 맡아 건립을 완료했다. 스리랑카 개발의 심장에 한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마련된 자금과 한국 기업의 기술력이 자리 잡은 셈이다.

스리랑카 정부가 남부 함반토타를 경제개발 거점도시로 개발 중인 가운데, 이 지역의 식수원이 될 루후누푸라 정수장이 EDCF 지원 아래 건설되고 있다. 사진은 건설 중인 루후누푸라 정수장 모습. / 사진=변휘 기자
스리랑카 정부가 남부 함반토타를 경제개발 거점도시로 개발 중인 가운데, 이 지역의 식수원이 될 루후누푸라 정수장이 EDCF 지원 아래 건설되고 있다. 사진은 건설 중인 루후누푸라 정수장 모습. / 사진=변휘 기자

◇'내전의 역사' 봉합하는 도로 개선 사업=스리랑카 SOC 개발의 핵심 사업의 또 다른 핵심 분야는 도로 개선 공사다. 지난 2009년 타밀 반군을 상대로 한 내전 종료 후 스리랑카 정부는 국가경제는 물론 지역균형 발전의 차원에서 교통 인프라 확충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DCF 자금 621억원이 투입돼 경남기업이 공사 중인 '하튼-누와라 엘리야' 구간 사업 역시 콜롬보와 홍차 최대 생산지인 누와라엘리야를 연결하는 주요 사업 중 하나다. 특히 고지대의 악조건 속에서 35.62㎞의 길과 교량을 닦고, 버스조차 못 지날 정도로 낮고 낡은 터널들을 높이는 공사는 EDCF·경남기업의 오랜 기간 '노하우'가 아니었다면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경남기업은 지난 1992년 처음으로 EDCF 차관을 활용한 콜롬보-골 구간의 도로 공사를 완료한 후 현재까지 7건의 EDCF 사업을 수행하면서 스리랑카 정부로부터 교통 인프라 분야의 최고 기술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SOC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스리랑카 정부가 EDCF와 한국 기업에 거는 기대는 과거보다 미래에 더 확대될 전망이다. EDCF 운영을 전담하는 수출입은행 황선명 스리랑카 소장은 "EDCF 지원은 스리랑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개도국 원조 본래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지만, 한 발 더 나아가 한국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해 우리의 경제 영토를 넓히는데도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리랑카는 EDCF의 52개 지원대상국 중 5월말 현재 지원승인액 기준으로 4위해 해당한다. / 표=수출입은행
스리랑카는 EDCF의 52개 지원대상국 중 5월말 현재 지원승인액 기준으로 4위해 해당한다. / 표=수출입은행

◇EDCF란?=EDCF는 지난 1987년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안정과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설립한 기금이다. 한국이 경제규모 발전과 함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과거 선진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원조성 차관을 후발 개도국에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장기 저리 차관 형태로 지원된다. 채무라는 점에서 부담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수원국에선 사업의 선정부터 국가계발계획상 우선순위를 고려하고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게 돼 자금 낭비를 막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확률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기획재정부의 위탁을 받아 수출입은행이 운영을 맡고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