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구업계 공룡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할 때만 해도 중소 가구업체를 비롯한 국내 가구산업이 몰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국내 가구회사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제품을 팔면 국내 가구산업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케아의 국내 진출 1년 뒤 국내 가구산업은 몰락하기는커녕 더 성장했다.
한샘과 현대리바트 같은 브랜드 가구업체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두자릿수 이상 늘었다. 이케아에 자극 받은 국내 가구업체들은 이전보다 새로운 디자인의 혁신적인 제품들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들고 나온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더 싸고 질 좋은 가구들을 시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최근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이 내놓은 중금리 대출 '사이다'를 보면 이케아가 떠오른다. '사이다'는 신용등급이 6등급인 중·저신용 고객에게도 최고 금리 13.6%에 대출해준다. '사이다'는 출시 10영업일만에 48억원의 대출 실적을 올렸다. 이는 다른 일반 중금리 대출 상품보다 3배 빠른 속도다. 이를 두고 최근 업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저신용자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니 부실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부터 "저신용자 금리를 너무 낮춰 놓은 것 아니냐"는 경쟁사의 짜증까지 보인다. 하지만 '사이다' 출시를 계기로 저축은행업계 전체가 중금리 대출 상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동안 국내 저축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라는 명분을 앞세워 중신용자들에게도 대출을 해줄 때 높은 금리를 적용해왔다. 신용거래가 없는 대학생들은 보통 5~6등급으로 분류되는데 저축은행들은 취업난에 시달리는 이들에게도 연간 25% 정도의 고금리를 받아왔다.
'사이다'는 신용등급이 5등급 이하면 무조건 20%가 넘는 고금리를 적용했던 저축은행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중금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올 하반기 영업을 앞두고 있고 P2P(개인 대 개인) 금융업체들이 날로 커지며 중금리 대출시장은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저축은행이 다른 저축은행과만 경쟁하는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인터넷전문은행, P2P업체들이 전통적인 저축은행 시장마저 위협하는 상황에서 생존하려면 변신은 필수다. 이케아의 등장에 자극을 받아 오히려 성장한 한샘이나 현대리바트처럼 저축은행 시장에서도 '사이다'에 자극 받은 신선한 상품들이 줄줄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