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책은행, 조직 줄이는 게 혁신?

[기자수첩]국책은행, 조직 줄이는 게 혁신?

권다희 기자
2016.09.27 17:46
권다희 기자수첩
권다희 기자수첩

양대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곧 혁신안을 내놓는다. 혁신안은 조직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지난 6월에 혁신안 발표를 약속하면서 산은은 2021년까지 인력을 10% 축소하고 2019년까지 지점 8개를 통합하기로 했다. 수은 역시 2021년까지 정원을 5% 감축하고 2018년까지 본부 2개와 지점 4개를 줄이기로 했다.

문제는 조직 숫자를 줄이는 것이 원래 의도했던 혁신의 취지인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수은은 이미 발표한 대로 본부 조직을 줄이기 위해 업무 유사성이 떨어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여신 조직을 합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이는 여심심사 강화라는 사회 요구에 오히려 역행하는 조치일 수 있다.

산은은 지난 6월에 부행장 자리를 10명에서 9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부행장 자리는 이미 지난해말 9명으로 축소됐다. 혁신안을 포장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했던 조치까지 포함해 발표했던 것이다. 수은이나 산은 모두 숫자에만 연연할 뿐 근본적인 혁신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산은이나 수은이 숫자에 연연하는 이유는 뭔가 노력했다는 모양새를 취해야 하는데 자체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방안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책은행들이 이번에 혁신안을 내놓게 된 직접적인 배경은 대우조선해양 등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관리 소홀과 부실 경영이다. 국책은행들이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자는게 혁신안의 핵심이어야 한다.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은과 수은이 책임지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려면 뭐가 바뀌어야 하는지, 산은과 수은이 현재의 경영환경 속에서 국책은행으로서 근본적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이는 산은이나 수은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우조선 사태로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산은과 수은이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허리띠 졸라매겠다는 말밖에 없다. 진짜 국책은행을 혁신하려면 정부가 먼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책은행의 역할을 재정립해 제시해줘야 한다. 국책은행의 주인은 정부인데 혁신안에 주인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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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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