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골치 아픈 문제를 푸는 이론적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원인 파악이다. 원인만 알아도 이미 문제의 절반은 해결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그 다음은 얽히고 설킨 매듭을 어떻게 푸느냐다. 발단이 된 원인 제공자끼리 협력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 수도 있고, 가위로 매듭을 끊어내듯 힘이 센 어느 한 쪽이 찍어 눌러 해결을 볼 수도 있다. 방법론과 난이도의 영역이다.
이달 초 생명보험업계 빅3중 하나인 교보생명의 IPO(기업공개) 추진 일정이 무산됐다. 나름 '진정성'을 갖고 상장을 추진했다고 강조하는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결과였을 터다.
교보생명의 상장 추진이 무산된 건 1대 주주 신창재 회장과 2대주주인 FI(재무적투자자) 어피니티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 간 분쟁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도 주주 분쟁 리스크가 미승인 이유라고 언급했다.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어피니티가 매입하면서 악연은 시작됐다. 양측 계약에는 2015년 9월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피니티가 풋옵션을 행사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IPO가 지연되자 어피니티는 2018년 이를 행사했다. 매입원가의 두배에 달하는 금액을 매겼고, 신 회장은 말도 안된다며 거부했다.
교보생명이 전격적으로 IPO 예비 심사를 신청했던 지난해 12월은 신 회장이 어피니티 관계자와 풋옵션 매입원가를 두 배로 책정한 회계사들을 형사 고발했던 재판의 1심 선고를 앞둔 때였다. 일부에서는 신 회장의 IPO 카드가 어피니티와 진행 중인 법적 공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려는 의도라고 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거래소가 IPO 심사를 하면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주주 간 분쟁 여부다. 이미 결격사유가 있었던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보생명은 '진정성'을 강조했다. 숙원사업이라고도 했다. 이달 초 진행된 상장 예비심사에서 신 회장이 직접 거래소를 찾아 의견진술을 하는 등 실제로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가 아는대로다. 상장 실패의 원인만 더욱 분명해졌다. 교보생명이 향후 취해야 할 '스탠스'도 확실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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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상장 실패 일주일 여 뒤 뜬금없이 배포된 교보생명의 '보도참고자료'는 그 '스탠스'의 나쁜 예다. 재상장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도 여전히 어피니티에게 IPO불발의 모든 책임이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어피니티도 같은 날 이를 반박하는 자료로 맞대응하며 또 다시 양측간 날선 공방이 오갔다. 안그래도 깊은 갈등의 골을 더 파는 결과가 됐다.
교보생명이 무엇보다 상장을 우선순위로 생각한다면 더이상 상호 비방과 장외 설전만으로는 숙원사업을 이뤄내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이제 이런 방식으로는 거래소를 설득하기 어렵다. 어피니티도 마찬가지다. 국내 굴지의 생보사 2대 주주로서의 책임보다 투자자로서의 이해관계만 내세워서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양측 모두 갈등의 골이 얕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법론을 고민해 볼 때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