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소잃고 외양간' 금융소비자보호 바꾼다②
"5살 된 아들의 팔을 반대로 꺾어서 부러뜨린 다음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민원인을 만났다. 보험사가 지급을 거부하자, 금감원에 민원을 내더라. 어렵다고 설명하니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며 협박을 했다. 이러다보니 우울증에 걸리기 직전까지 심리적으로 몰렸다"
2년간 소비자보호 업무를 담당했던 금융감독원 직원의 말이다. 금융당국과 금융사 직원들이 소비자보호 업무를 꺼리는 이유는 업무 강도가 높음에도 권한이나 보상은 적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는 '의무병', '임금피크제 직원 전담 업무', '저성과자'라는 인식에 갇혀있다. 소비자보호 부서를 대우하는 방식과 내부 직원들의 문화부터 달라져야 한다.

4일 금감원에 따르면 분쟁조정국은 상품 약관이나 업권법을 위반할 여지가 커 제재 필요성이 제기되는 민원은 감독·검사국으로 전달한다. 또 금융민원국은 같은 내용의 민원이 5건 이상 접수돼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감독·검사국으로 민원을 넘긴다.
금감원이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 분리에 반대하던 핵심 근거인 소비자보호 부서와 감독·검사국 간의 협업을 통한 '환류' 작용이다.
그러나 실제 감독·검사국에 전달된 민원 중 상당수는 처리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사망시에 사망보험금은 주지 않지만 약관상 보장하는 질병의 진단을 받으면 진단 보험금을 주는 상품을 뜻하는 '사망탈퇴 특약'이다.
보험사들이 특약의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별도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계약을 소멸시키자, 보험사가 일종의 해약환급금인 계약자 적립금을 미지급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지난해 분쟁조정국은 보험감독·검사국에 민원을 전달했으나, 검사국은 현재까지 검사에 돌입하지 않았다. 민원 제기 후 수년이 흘렀음에도 특약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무는 벅차고 권한은 제한적인 탓에 소비자보호 부서는 '의무복무'로 여겨진다. 실제 금감원은 신입 변호사를 채용하면 대부분 첫 부서로 분쟁국에 배치하고, 일반직원도 분쟁국을 다녀오면 선호부서에 배치되도록 배려한다. 또 민원국은 대부분 무기계약직 직원과 일부 임금피크제에 들어선 시니어 직원으로 구성된다.
금감원은 소비자보호 업무의 권한과 인센티브를 키워 비선호 부서라는 이미지를 깨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금소처 내 분쟁조정 1~3국을 은행·금투·보험 등 업권별 선임부서 안에 배치한다는 계획을 앞서 밝혔다. 선임부서는 업권 업무를 총괄하는 한편 부서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기 때문에 승진과 연수에 유리해 선호도가 높다. 그동안은 감독국이 선임부서 역할을 했다.

금감원 뿐만 아니라 금융사도 소비자보호 부서를 부차적인 조직으로 여긴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한 은행의 경우에는 최근 1년간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인 CCO(소비자보호최고책임자)를 두 번이나 교체했다. CCO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CCO의 위상과 권한도 영업 담당 임원에 비해 현저히 낮아 '영업 드라이브'가 걸리면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우려되는 점이 있더라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4대 시중은행의 경우 모두 임원(상무 이상)으로 처음 승진한 인사가 CCO를 맡고 있다. 시중은행의 임원 연락망은 '서열' 순서로 배치되는데, CCO는 외부인사인 준법감시인과 아래에서 1~2번째를 다툰다.
독자들의 PICK!
CCO의 권한이 약하다보니 아래 직원들은 다른 부서에 치이기 십상이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후 내부통제 업무 전반에서 규정된 역할이 늘어나고 있으나, 기존 내부통제 부서인 감사나 준법 부서와 업무가 중복된다.
소비자보호 부서 담당자들은 금감원이 지난 9월 발표한 '금융소비자 거버넌스 모범관행'이 법제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모범관행에는 CCO와 소비자보호 부서의 권한과 역할을 기존 은행권의 관행보다 강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도 지배구조법을 개정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 은행 소비자보호 부서 관계자는 "CCO가 영업부서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임원 중에서도 감사 정도의 권한을 갖도록 상위직급으로 둬야 한다"며 "부서 차원에서는 모범관행에서 규정한 업무도 타 부서에서 권한을 갖는 경우가 많아 협조를 받기 어려워 강제화된 법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