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은행권에 부과한 2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두고 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금융노조까지 나서 과징금 산정 기준이 잘못됐고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석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당선인은 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후문 앞에서 열린 'ELS 사태 책임전가 저지 결의대회'에서 "ELS 사태의 책임을 현장 노동자와 금융회사에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금융소비자 보호도, 금융시장 신뢰 회복도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금융당국이 세운 ELS 과징금 기준이 비상식적이고 징벌적이며 잘못 설계됐으므로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노조가 특정 사안을 두고 사측과 같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목소리를 나선 건 이례적이다.
금융당국은 앞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은행 등 6개 은행에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약 2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사전 통보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 이후 처음 적용된 조 단위 과징금으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절차를 진행하며 최종 과징금 수위를 정하는 중이다.
금융노조는 과징금 산정의 '모수'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금융위 감독규정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고시를 준용했음에도 실제 적용에서는 수익(수수료)이 아닌 ELS 판매액 전체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통상 ELS 판매로 얻는 수수료가 투자금의 1% 내외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기준이 비례성과 합리성을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ELS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에도 불을 지폈다. 윤 위원장 당선인은 "만들어진 지 20년이 넘은 상품이고 구조화된 지 아주 오래된 상품이라 잔액이 18조원을 넘을 정도로 금융인들과 국민들이 애용한 상품이었다"라며 "그동안 감독기관은 무엇을 하다가 지수가 급락하면서 생긴 상황에 천문학적 과징금을 징구하느냐"고 반문했다.
과징금이 이중 제재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미 은행들이 금융감독원 가이드라인에 따라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진행해 합의율을 96% 수준까지 달성했는데도 그 두 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라는 건 금융산업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과도한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외국계 은행에서는 과징금으로 인한 현실적인 우려도 제기했다. 문성찬 SC제일은행 노조지부장은 "과도한 과징금이 현실화할 경우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소매금융 철수나 고위험 상품 판매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SC제일은행에 부과된 과징금 1000억원은 3분기 누적 이익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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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호 금융노조 부위원장 당선인은 "노조는 금융당국의 제재 자체를 반대하러 나온 것 아니라 책임을 바로 세우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라며 "수익 중심의 판매구조와 실적 강요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사태이므로 과징금의 부담을 현장에 떠넘기는 방식을 강력하게 거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