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금 회수는 가능한가요?" 영국 창업기업이 밀집한 테크시티에서 액셀러레이터(창업 보육·투자기관)를 운영하는 교포 A씨는 현지 투자자에게 한국의 벤처기업 투자를 권유할 때마다 듣는 반응이라고 한다.
대다수가 투자를 결정할 때 '엑시트'(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따진다는 것이다. 언제 휴지조각으로 변할지도 모를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에 적어도 투자금을 언제쯤 거둬들일 수 있는지 정도는 확신이 서야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A씨의 난감함은 여기서 시작된다고 한다. 실리콘밸리 등 외국의 대형 벤처캐피탈이 한국 정부와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 국내 벤처기업에 집중투자하는 '외자유치펀드'의 결성액과 투자실적을 아무리 홍보해도 반응이 시원찮다는 것이다. 역시 벤처펀드를 청산한 후 얼마나 벌었는지 드러낼 만한 실적이 별로 없어서다. 주변에 있는 경쟁 벤처캐피탈이 한국의 벤처기업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렸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망설인다는 것이다.
이처럼 퇴로가 불분명한 곳에 진입을 망설이는 게 상식이라고 보면 최근 벤처투자 정책이 펀드 조성보다 M&A(인수·합병)나 IPO(기업공개) 활성화처럼 엑시트 통로를 넓히는데 집중하고 있는 건 다행스럽다. 그럼에도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한국이란 생소함 탓에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발판으로 사업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매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지금 벤처업계에 가장 필요한 건 기술력이나 마케팅 능력이 아닐 수 있다. 한 액셀러레이터 대표는 "우리나라 벤처업계 역사는 이제 20년 남짓에 불과하다"며 "개발도상국 시절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세계를 누비며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도전정신을 가진 벤처기업이 필요하고 그런 면이 오히려 글로벌 투자자의 결단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