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와 같은 사정에 처한 피해 중소기업이 많습니다. 기술탈취 피해기업의 억울함만이라도 풀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미생물 전문업체 비제이씨 최용설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며 한 말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현대자동차와 일하다 기술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중소기업 2곳의 대표가 정부 차원의 해결을 촉구했다.
최 대표는 “현대차는 탈취한 기술자료와 미생물 3종 등을 이용해 유사기술을 만들어 특허를 출원하고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비제이씨는 현대차와 경북대가 공동특허를 받은 기술에 대해 소송을 진행, 지난달 21일 특허심판원에서 무효심결을 받았다. 현대차는 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 상황이다.
다른 업체도 억울한 심정은 마찬가지다. 자동차 제조장비 부품을 생산하는 오엔씨엔지니어링의 박재국 대표는 "현대차가 부품 생산을 요청한 뒤 샘플을 받아 다른 제조업체에 넘기는 방식으로 기술을 빼앗아 갔다"고 주장했다.
두 업체에 이어 이번엔 현대차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기자회견 직후 반박자료를 내고 “기술탈취를 당했다는 중소기업 2곳의 주장은 사실관계와 어긋난 부분이 많고 모든 절차는 적법한 과정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무리한 기술자료나 샘플 요구, 일방적인 계약해지 등 기술탈취라고 할 만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진실게임’이 해결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들은 기술탈취를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대기업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해서다. 실제로 2015년 이후 올해 9월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기술분쟁 조정신청 24건 가운데 조정에 성공한 건 단 1건이다. 현대차 역시 앞서 3억원의 배상내용을 포함한 조정권고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대기업의 기술탈취 문제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을 뿐만 아니라 기업간 양극화 등 산업 생태계를 교란하는 행위로 정부가 직접 나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다만 법 테두리를 벗어난 대기업 낙인찍기는 경계해야 한다. 지난달 21일 취임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호 업무로 ‘기술탈취 근절’을 제시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거래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지킴이’를 자처해온 홍 장관이 내놓을 성과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