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대신 의공학자 길 걷더니...생분해성 스텐트 국내 첫 허가 눈앞

의사 대신 의공학자 길 걷더니...생분해성 스텐트 국내 첫 허가 눈앞

류준영 기자
2026.03.10 08:30

[스타트UP스토리]김형일 도터 대표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도터 김형일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도터 김형일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의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힌 뒤, 일정 기간 혈관이 다시 막히지 않도록 지지해준다. 그리고 약 3년이 지나면 몸속에서 완전히 흡수돼 사라진다. 치료에 필요한 기간 동안만 역할을 하고, 이후에는 체내에 남지 않고 서서히 분해되는 이런 '흡수형 스텐트' 개발은 국내 처음이다."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심혈관 질환 치료에서 스텐트는 '혈관을 넓혀주는 금속 그물망'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번 삽입하면 혈관 벽에 자리 잡고, 풍선(벌룬)처럼 확장돼 혈관을 넓힌 상태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금속 스텐트는 장기적으로 혈관 안에 남아 있는 '이물질'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엔 이 잔존물 때문에 혈액이 응고돼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현재는 한 번 넣은 스텐트는 치료가 끝나도 몸에서 빼낼 수 없다.

김형일 도터(DOTTER)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생분해성 스텐트를 개발, 임상을 통해 효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정 기간 동안에는 강도를 유지한 뒤 치유가 끝나면 체내에서 자연 분해돼 사라지는 형태다.

생분해성 스텐트는 한때 글로벌 시장을 달궜다가 '두께 문제'로 한 차례 좌절을 맛본 분야다. 2010년대 중반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애보트(Abbott)가 선보인 '업소브(Absorb)'는 '혈관에서 사라지는 스텐트'로 큰 주목을 이끌었다. 그러나 비교적 두꺼운 구조(약 150㎛ 이상)와 장기 혈전 발생 우려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시장서 철수한 바 있다. 이후 주요 의료기기 기업들이 개발을 중단하면서 생분해성 스텐트 분야는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소재와 설계 기술이 발전하면서 두께는 줄이고 강도는 높인 '2세대 생분해성 스텐트' 개발이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김 대표는 "생분해성 스텐트가 한 차례 조정을 겪는 동안에도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며 "연구 열기가 식은 이후에도 개발을 이어온 결과, 올해 국내 허가와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생분해성 스텐트/사진=도터
생분해성 스텐트/사진=도터
얇고 강하게…157㎛에서 100㎛로

생분해성 스텐트는 '잘 분해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얇고 강하게 버티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과거 생분해성 스텐트가 주목을 받다 한계를 드러낸 건 '두께'였다. 혈관 안에 자리 잡은 스텐트의 스트럿(구조물)이 두꺼우면 혈류 흐름을 방해해 혈전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과거 제품의 스트럿이 157마이크로미터(㎛) 수준이었다면 도터는 이를 100㎛까지 낮췄다. 금속 스텐트(약 80㎛)에 근접한 두께다.

생분해성 소재로 100㎛급 구조를 구현하려면 소재 특성, 가공 과정에서의 분자량 변화, 확장 시 발생하는 변형까지 모두 정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김 대표에 따르면 먼저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폴리머로 빨대처럼 생긴 작은 튜브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튜브를 아주 정교한 레이저로 잘라 스텐트 모양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어떻게 자르느냐'였다.

보통 플라스틱을 레이저로 자르면 열이 발생한다. 열이 많이 가해지면 플라스틱을 이루는 분자 구조가 망가질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깔끔하게 잘린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속이 약해져 쉽게 부러질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자외선(UV) 레이저를 사용했다. 표면은 깨끗하게 잘렸지만 나중에 만져보니 잘 부서지는 문제가 생겼다. 확인해 보니 UV 빛이 소재를 광분해시켜 플라스틱의 강도를 떨어뜨린 것이다.

그래서 팸토초 레이저와 가시광 파장을 사용키로 했다. 팸토초 레이저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에너지를 쏘기 때문에 열이 주변으로 퍼질 틈이 거의 없다. 가시광 파장은 소재의 분자 구조를 덜 손상시켰다. 그 결과, 겉도 깨끗하고 속도 강한 상태로 커팅할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핵심은 얇고 강하게, 그리고 확장 과정에서 스트레인이 한 곳에 몰리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라며 "단순해 보이지만 고도의 구조 설계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도터는 국내 스텐트 시장규모를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AI가 찾고, OCT가 확인한다

심근경색은 보통 혈관 안쪽에 쌓여 있던 동맥경화반(기름기 덩어리)이 갑자기 터지면서 생긴다. 이때 혈전이 빠르게 형성돼 혈관을 막아버리면 심장으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고 응급 상황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병변'을 미리 정확히 찾아내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동안 의료 현장은 심근경색이 발생한 뒤 최대한 빨리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해 스텐트를 삽입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즉, 사고가 난 뒤 신속히 대응하는 체계였다.

김 대표는 이런 패러다임이 앞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암처럼 심혈관 질환도 건강검진 단계에서 위험 병변을 미리 발견해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시대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 치료 중심'에서 '예방·조기 진단 중심'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도터는 단순히 스텐트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술 전·중·후 전 과정을 연결하는 영상 기반 정밀 치료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자체 OCT(광간섭단층촬영) 장비와 카테터, 그리고 AI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를 통합 개발해 진단부터 치료, 사후 관리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도터는 기존 OCT 기술에 형광수명영상(FLIm)을 결합한 '다중모달 영상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OCT가 혈관의 미세한 구조를 보여주는 '현미경' 역할을 한다면, FLIm은 병변의 염증 활성도나 지질(기름기) 성분 분포 같은 '성질'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즉, 단순히 "혈관이 얼마나 좁아졌는지"를 보는 데서 나아가 "이 병변이 앞으로 터질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까지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목표는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치료를 넘어, 파열 위험이 큰 고위험 병변을 미리 찾아 정밀하게 관리하는 데 있다.

도터의 FLIM-OCT(광간섭단층촬영) 영상장비/사진=도터
도터의 FLIM-OCT(광간섭단층촬영) 영상장비/사진=도터
의사 대신 의공학 창업의 길 택하다

한편, 김 대표는서울대 의과대학 의학과를 졸업하고 의사 국가시험까지 통과했지만, 전형적인 임상의의 길은 택하지 않았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시기 해외 경험을 하며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귀국 후 해부학 실습을 하던 중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주변 권유로 졸업은 했지만, 그는 환자를 진료하는 대신 의학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 답이 의학과 공학을 결합한 '의공학'이었다.

의공학 연구는 예상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하지만 교수로 남기보다는, 석·박사 과정에서 연구해 온 생분해성 스텐트를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학계가 아닌 산업계로 방향을 틀었다. 박사과정 중 일본 도쿄대 공과대학 유학 경험도 큰 영향을 줬다. 그는 "일본은 한 가지 연구 주제를 오래, 깊게 파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연구실은 생체재료를 실제 제품으로 상용화한 경험이 있었지만, 스텐트는 여전히 기술적으로 어려운 분야였다.

도터 김형일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도터 김형일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이 과정에서 김 대표가 주목한 소재가 생체친화적인 MPC 폴리머였다. 단순히 튼튼한 소재가 아니라, 혈관 안에서 염증이나 혈전 반응을 줄일 수 있는 '몸에 잘 맞는' 소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소재를 활용해 후기 스텐트 혈전증을 줄이는 연구를 이어갔고, 그때의 연구가 훗날 도터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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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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