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메밀밥과 오이소박이, '성경이에게'

이십 대 초반에 교직에 들어와 해직기간을 포함하면 거의 삼십여 년 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세 번을 아이들과 헤어졌더랬지요. 한번은 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됐을 때고, 또 한 번은 2010년 전문직 공채시험에 합격하여 곧바로 도교육청에 인턴장학사로 발령 받아 가서고, 그리고 6개월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라 해서 나와 있다가 이 년 뒤인 지난해 이곳으로 떠나오면서였는데요. 첫 번째는 타의에 의해서, 두 번째는 자의에 의해서, 세 번째는 자의인지 타의인지 도대체 스스로도 헷갈리는 일인데 말입니다.
지금 와서 그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학교에 있다 보면 떠나오고 남게 되는 일이 일상적이긴 합니다만, 떠나는 사람이든 남아있는 사람이든 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한 일이기 때문에 떠나는 사람은 오로지 떠나는 사람으로서 남아있는 사람은 오로지 남아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살피는 일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게 순전히 강제에 따른 생이별이라 하면요? 남겨진 사람의 슬픔이 클까요? 떠나는 사람의 슬픔이 클까요?
등 떼밀려 떠나오며 남겨두고 온 그 아이들......, 이제 삼십대 중후반의 나이가 되었겠군요. 그때, 소태처럼 쓰디썼던 입맛을 새삼 떠올리며 거친 메밀밥을 지어 새삼 입안에 굴려보는데요. 쓰디쓴 기억도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거로군요. 며칠 전에 담근 오이소박이가 마침 적당히 익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