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빵집 잡았지만 착한 병원 '날벼락'…가업상속공제 개편 명과 암

꼼수 빵집 잡았지만 착한 병원 '날벼락'…가업상속공제 개편 명과 암

세종=정현수 기자
2026.08.24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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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상속공제 개편안/그래픽=윤선정
가업상속공제 개편안/그래픽=윤선정

가업상속공제 개편의 출발점은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제기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청와대 비공개 회의에서 일부 대형 베이커리의 '꼼수 감세' 문제를 짚으며 관련 제도의 개정과 보완 필요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4월 열린 국무회의에선 "주차장업이 무슨 가업이냐. 기가 찬다"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제도 개편으로 이어졌다. 가업상속공제 완화 흐름에 제동이 걸린 게 핵심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숱한 제도 개편으로 가업상속공제의 문턱을 낮추고, 혜택을 늘렸는데 이번에는 문턱을 다시 높였다.

특히 공제 대상 업종을 한국표준산업분류 1205개 업종 중에서 727개 업종으로 제한하고, 피상속인(사망자) 요건을 기존 '10년 이상 계속 경영'에서 '30년 이상 계속 경영'으로 바꿨다. 사후 관리 요건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했다. 다양한 요건을 강화해 '꼼수'를 막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런 흐름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가업상속공제가 도입된 1997년 당시만 해도 공제 한도는 1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2008년 30억원을 시작으로 △2009년 60억~100억원 △2012년 100억~300억원 △2014년 200억~500억원으로 공제 한도가 늘었다. 2023년에는 지금과 같은 300억~600억원으로 정해졌다.

일정 요건을 갖춘 곳이 가업을 상속할 때 일정 금액을 상속세에서 공제해주는 가업상속공제의 특성을 감안할 때, 공제가 늘어나면 그만큼 상속세도 줄어든다. 꾸준히 가업상속공제를 완화해왔던 것이 주요한 특징이었다. 상속세 혜택이 커지다 보니 '꼼수' 우려가 제기됐다. 곳곳에 등장한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대표적이다.

가업상속공제 제외 업종 현황/그래픽=이지혜
가업상속공제 제외 업종 현황/그래픽=이지혜

지금까지 커피 전문점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아니었지만, 제과점은 공제 대상이었다. 국세청이 25개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11개 업체(44%)에서 가업상속공제 남용 소지가 확인됐다. 제과점으로 등록했지만, 제빵 시설을 갖추지 않은 사례 등이 해당한다.

결국 정부는 가업상속공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전문 기술이나 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했다고 평가하기 힘든 주차장업, 창고업 등이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빠졌다. 이들 업종이 제외된 것에 대해선 대체로 이견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병원, 약국, 마트, 버스·택시 운송업 등 공제 대상에서 빠진 업종 중 이해관계자들이 많은 곳에선 불만이 크다. 한국표준산업분류 1205개 업종 중 공제 대상에서 빠진 478개 업종 상당수가 이번 결정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소 모호한 공제 업종 기준도 화를 키웠다. 정부안대로라면 '악기 도매업'은 공제 대상, '악기 소매업'은 제외 대상이다. 비슷한 업종인 '뉴스 제공업'과 '신문 발행업'도 각각 공제 대상과 제외 대상으로 엇갈린다. 도매업 중에선 과실류는 적용 대상, 화훼류는 제외 대상이다.

제도 개편을 추진한 재정경제부 나름의 고민과 한계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는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부와 가업상속공제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데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주요 부처로부터 건의를 받았다. 가업상속공제에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는 업종의 현황 등을 담은 입증 자료도 요구했다.

하지만 몇몇 부처는 자료 제출 등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업종의 경우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로선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을 조정할 가능성은 없다. 대신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 정부안의 국회 제출 시점은 다음달 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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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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