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경기 평택시 계란 가공식품 제조기업 '와이제이푸드' 선별장. 계란들이 가지런히 정렬돼 품질평가 장비 안으로 들어갔다. 계란이 돌자 카메라가 외관 사진 4장을 찍었다. 모니터엔 계란마다 판정 결과가 실시간으로 쌓였다. 붉게 표시된 계란 하나를 클릭하자 여러 방향에서 찍은 껍데기 이미지가 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축평원)은 이날 AI(인공지능) 계란 품질평가 장비를 공개했다. 그동안 축산물품질평가사가 계란을 하나씩 눈으로 살펴 등급을 판정했다. 이제는 장비가 외관과 깨짐 판정을 대신해 일손을 던다.
등급판정을 마친 계란은 1+·1·2등급을 받아 '등급란'으로 유통된다. 주로 25~60주령 닭이 낳은 계란을 골라 판정을 신청한다. 축평원에 따르면 등급란은 일반란보다 20~30% 비싸게 팔린다.
계란 360도 촬영해 검사 30분→11분…2030년 AI 판정 56.5%

계란 등급판정은 표본검사 방식으로 이뤄진다. 농가와 산란일자·중량규격·품질 수준 등 공통된 특징에 따라 계란을 묶음으로 나누고 일부를 무작위로 뽑는다. 이후 외관·투광·할란 검사 결과를 종합해 묶음 전체에 1+등급이나 1등급, 2등급을 매긴다.
외관 검사는 껍데기의 청결 상태와 형태 등을 살피는 작업이다. 투광 검사는 빛을 비춰 내부 상태와 껍데기의 실금을 확인한다. 할란 검사에선 계란을 깨뜨려 노른자와 흰자를 살피고 계란 무게와 진한 흰자 높이로 신선도 지표를 계산한다.
AI 장비는 이 가운데 외관과 투광 검사를 맡는다. 계란을 360도로 촬영한 이미지를 분석해 항목별 수준을 분류하고 깨진 부분을 찾아낸다. 10판 기준 검사 시간은 사람이 하면 약 30분이었지만 장비는 약 11분 만에 끝내 63% 줄었다.
한효동 축평원 연구개발처장은 "판정 일치도를 검증하는 코헨의 카파 통계기법으로 확인한 결과 0.84 이상으로 나타났다"며 "0.81 이상이면 매우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AI 학습에는 선별·포장업체 4곳이 참여했다. 이들 업체에서 다양한 상태의 계란을 모으고 판정 항목과 품질 수준별로 분류해 AI를 가르쳤다. 2024년 장비를 개발하고 지난해 4월 현장 시험을 거쳤다. 현재 등급판정 시행업체 8곳과 품질등급인증업체 3곳 등 11곳에서 AI 판정을 한다.
지난해 국내 계란 등급판정 물량은 약 15억1000만개로 연간 생산량 약 185억개의 8.1%였다. AI 판정 비중은 이 가운데 2~3%다. 2030년까지 장비를 52대로 늘려 이 비중을 56.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등급란으로 차별화…AI '품질 성적표'로 농가 개선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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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는 등급란을 앞세워 제품 차별화에 나선다. 와이제이푸드는 하루 선별하는 약 96만개 가운데 약 20만개를 등급란으로 내놓는다.
임장묵 와이제이푸드 대표는 "등급란이 주령 좋은 닭이 낳아 신선도 지표인 호우 유닛(Haugh unit)이 잘 유지되는 만큼 기업 고객 사이에서 신뢰도가 높다"며 "AI 판정 사실을 표시하고 제품을 차별화하는 방안을 바이어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전환의 또 다른 축은 품질 정보 활용이다. 축평원은 판정 결과를 '축산물원패스'에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농가와 선별·포장업체에 제공할 피드백 모델을 개발했다. 다음달부터 시범적으로 적용된다.
농가는 자신이 출하한 계란에서 어떤 문제가 반복되는지 확인하고 품질 수준을 전국·상위 농가와 비교해 볼 수 있게 된다. 선별·포장업체는 거래 농가별 품질 수준과 주요 문제점을 받아 농가 지도와 거래 조건 협의 등에 활용한다.
유임종 축평원 소비지원본부장은 "농가에서는 계란을 출하해도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며 "전국이나 상위권 대비 자신의 수준을 확인하고 스스로 개선할 수 있도록 피드백 서비스 모델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데이터가 일정 기간 모이면 농장별 품질 변화나 반복되는 이상을 짚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선별·포장 과정에서 실금이 많이 생기면 설비나 작업 공정을 점검하는 근거로도 쓰인다. 농가가 데이터를 받아 문제를 찾고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질 수 있다.
축평원은 선별라인에 직접 연결해 실시간으로 품질을 평가하는 장비도 개발 중이다. 등급판정을 신청하지 않은 계란까지 품질 정보를 모아 농가에 제공하려는 취지로 현재는 검증 단계다.
유 본부장은 "등급은 소비자에게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AI 적용과 데이터 활용을 확대해 계란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