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21년의 명암] (下)

참여정부는 2005년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며 조세부담 형평성 제고, 부동산 가격 안정 등을 강조했다. 종부세를 부과함으로써 고가주택을 보유한 자산가에게 세금 부담을 더 지우고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정부들은 정권의 입맛에 맞게 종부세 강화와 완화를 반복했다. 집값은 종부세 방향과 달리 제 갈 길을 갔다.
◇종부세 도입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장기 우상향
머니투데이가 종부세 도입 1년 전인 2004년 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월별 서울 아파트 매매가 지수(2026년 6월 100.0 기준) 추이를 분석한 결과, 장기 우상향 흐름이 관찰됐다. 중간에 가격이 일부 하락하는 등 안정화 시기도 있었지만 종부세의 도입·강화·완화와는 큰 연관성이 포착되지 않았다.
2005년 1월 노무현 정부가 종부세를 도입했을 당시 언론들은 '세금폭탄', '징벌적 과세' 등 격한 표현을 쏟아냈다. 종부세가 부동산 경기 침체를 야기할 것이란 경고도 있었다. 그러나 집값은 이런 우려를 비웃듯 예상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지수는 종부세 도입 직전인 2004년 12월 45.68에서 2005년 11월 49.34로 상승한다. 이에 그해 '8·31 대책'을 토대로 12월 종부세 강화 방안이 확정됐다. 종부세 부과 방식을 인별 합산에서 세대별 합산으로 바꾸고 공시가격 기준 합산 금액이 6억원을 초과하면 종부세를 부과했다. 기존 기준금액은 9억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소용이 없었다. 지수는 꾸준히 상승했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 66.4를 기록했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2008년 11월 종부세 위헌법률심판·헌법소원 7건에서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종부세는 완화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의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완화 결정 이후 지수는 횡보·하락세를 보인다. 종부세 완화 시기인 2008년 12월 70.2이던 매매가 지수는 이명박 정부 말인 2013년 2월에는 64.8로 내려선다. 이어진 박근혜 정부에서는 종부세 체계를 크게 건드리지 않았는데 집값은 정권 초기 횡보하다 이후 우상향 흐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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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와 집값 움직임 연관성 낮아…"기본 수요·공급부터 해결해야"

집값을 잡기 위해 20번 넘는 대책을 쏟아냈던 문재인 정부는 시장 안정화 수단으로서의 종부세가 가장 강조됐던 시기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4년 차인 2020년 12월 종부세를 다시 강화한다. 대대적인 수술이었다. 1주택자 기준 종부세 최고 세율을 3%로 상향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끌어올렸다.
종부세 강화 당시인 2020년 12월 85.5를 찍은 매매가 지수는 이후에도 우상향 움직임을 이어갔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강화를 통한 다주택자 규제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부추겼다.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이른바 상급지로 주택 수요를 집중시키며 '강남 불패' 신화를 재차 강화한 것이다.
이어진 윤석열 정부 초반 매매가 지수는 횡보 또는 하락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2022년 12월 다주택자 세율 인하 등 종부세 완화를 단행한 이후에도 한동안 추세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도 집값을 잡기 위한 종부세 개편이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이번 종부세 개편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미지수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부세 강화는 조세 형평성이나 부의 불균형 해소 의미는 있지만 집값과의 뚜렷한 상관관계는 없다"며 "기본적인 수요와 공급을 해결하지 않고 세금 압박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시도는 경험적으로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다시 손질하면서 보유세 체계 개편 논의가 재점화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권마다 과세 대상과 세율이 크게 바뀌어온 만큼 종부세와 재산세의 역할부터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거주용 1주택의 기본공제를 확대하는 대신 비거주·다주택자의 공제는 줄이고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고가주택 세율을 높였다. 세율 적용 기준도 주택 수에서 주택가액으로 바꿔 실거주 1주택의 부담은 낮추고 비거주·초고가 주택의 부담은 높였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종부세의 경우 과세 대상을 비교적 넓게 유지하면서 세 부담을 낮추고 실효세율이 낮은 재산세를 높여 두 세목 간 세 부담 격차를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보유세는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로 부동산 가치가 높아지는 데 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편익과세 성격이 있다"며 "종부세의 누진성을 완화하고 재산세를 정상화해 최종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정부안처럼 종부세를 초고가 주택에 집중하는 부유세 방식으로 운영하려면 주택만을 과세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비싼 집 한 채를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대자산가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부유세를 도입하려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상업용 건물과 금융자산 등을 합산하고 부채를 차감한 순자산세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산의 해외 유출을 초래할 수 있어 현실적인 도입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거주 1주택을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종부세의 본래 목적은 부동산 투기 억제"라며 "실제로 거주하는 1주택은 투기와 관계가 없는 만큼 가격과 무관하게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재산세로 과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와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이사장도 종부세의 재산세 통합을 주장했다. 홍 교수는 "재산 보유 자체에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하는 현행 방식은 보편적인 보유세 원칙과 거리가 있다"며 비례세율 전환을 제안했다.
오 이사장은 "종부세와 재산세는 과세 대상과 기능이 사실상 같다"며 "고가 부동산에 대한 추가 부담도 재산세율 안에서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종부세를 재산세로 통합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재정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종부세는 전국의 부동산을 합산해 과세한 뒤 재정력이 약한 지방자치단체에 더 많이 배분한다. 재산세로 전환하면 부동산 가격이 높은 서울과 수도권에 세수가 집중될 수 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종부세는 재산세가 수행하기 어려운 전국 단위 과세와 지역 간 재정 조정 기능을 담당한다"며 "종부세를 재산세로 전환하면 서울에서 걷힌 세금이 서울에 남아 지역 격차를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