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집도 없지?" 다짜고짜 반말부터 날린다...고단한 외국인 '사장님'

"너 집도 없지?" 다짜고짜 반말부터 날린다...고단한 외국인 '사장님'

김서현 기자, 이현수 기자, 신홍규 기자, 나유영 기자, 여승헌 기자, 박상혁 기자, 김완렬 기자, 최문혁 기자, 오문영 기자, 김유빈 기자
입력 2026.11.08 07:30 드롭다운 아이콘 수정 2026.11.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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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사장님이 된 외국인 (下)

[편집자주]  한국에 '외국인 사장님'이 늘고 있다. 같은 국적 이주민을 중심으로 상권을 형성한 외국인 자영업자들은 지역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산업단지와 주택가, 도심 등 상권이 형성된 배경과 모습도 다양하다. 하지만 관련 통계나 지원 정책은 여전히 사각지대다. 외국인 자영업자들이 바꿔놓은 지역 상권의 모습과 창업·정착 과정에서의 어려움, 정책적 과제를 짚어봤다.

"대출도 비자도 막막"…외국인 사장님의 고단한 창업 현실

서울 중구 광희동의 상점들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사진=나유영 기자.
서울 중구 광희동의 상점들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사진=나유영 기자.

"한국 사람들이 저 같은 외국인한테 안 좋은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먼저 반말을 하고, 본국에는 집도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더군요."

서울 중구 광희동에서 중앙아시아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사토르아가씨(62)는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뒤 편견과 사기 피해 등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처음 사업을 약속하고 한국 사람들에게 돈을 줬지만 물건도, 돈도 돌려받지 못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게를 여는 외국인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지만 창업부터 정착까지 넘어야 할 문턱은 여전히 높다.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부터 사업자등록과 거래처 확보 등 일반적인 자영업자가 겪는 문제도 외국인이라면 더 복잡하다. 특히 비자 발급·연장을 비롯해 언어 문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은 큰 장벽이 되곤 한다.

올초 서울 서대문구에 튀르키예 케밥 음식점을 연 바를라스씨(24)는 창업 과정에서 행정·금융 절차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외국인을 상대로 한 비자도 잘 나오지 않고, 외국인등록증을 발급하는 과정이 까다롭다고 느꼈다"며 "한국에서 외국인이 대출을 받고 사업자등록을 하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인 자영업자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공공기관이나 은행에서 언어 문제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거나 거래처와의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해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는다는 것이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반말을 들었다는 경험도 나왔다.

국내 외국인 개인사업자 신용카드 가맹점 현황/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국내 외국인 개인사업자 신용카드 가맹점 현황/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경영난이 닥쳤을 때는 더욱 대응하기 어렵다. 정책적 지원이나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느데 내국인 자영업자에 비해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민정책연구원의 '국내 거주 외국인의 자영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월에서 2025년 6월까지 매출이 발생한 외국인 자영업자 가맹점 1만323곳 가운데 2288곳(22.2%)이 가맹해지됐다.

2020~2024년 기간에는 7590곳이 새롭게 문을 열었지만 지난해 6월 기준 가맹을 유지 중인 곳은 5723곳(75.4%)으로 집계됐다. 최근으로 가까워질수록 가맹점 수는 큰 폭으로 늘고 있지만 가맹 유지 사업장 비율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경기 안산 다문화거리에서 10년째 이발소를 운영해 온 40대 중국동포 이모씨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인지 2~3년 전부터 경기가 안 좋아져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월 300만원 정도였던 매출이 2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두부를 판매하는 60대 중국동포 여성도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이곳 다문화거리도 점점 비어간다"며 "많은 중국 사람들이 일이 없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지방으로 떠난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영업자에게는 사업 부진이 체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기업투자(D-8) 비자로 한국에 체류 중인 사토르아가씨는 "비자를 1년마다 갱신해야 하는데 사업이 잘되지 않아 한국에 계속 있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 배우자의 도움으로 체류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있다. 바를라스씨는 "과거에는 학생비자로 있었는데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결혼이민비자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대출도 아내를 통해 받아 결혼하지 않았다면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영업자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체류 제도와 창업 지원 체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명주 부산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E-7(전문·기능직) 비자를 받을 정도의 전문인력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의 외국인 자영업자는 D-8 비자"라며 "이들이 실질적으로 한국에 정착하기 위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홍 강남대 국제처 특임교수는 "외국인이 한국을 들어올 때 주로 받는 D-8, D-9(무역경영) 비자는 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연장이 되다 보니 한 번 사업이 잘 안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불안정성 때문에 자영업을 과감히 시작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이 한 번 실패하더라도 사업성을 검토해 더 오래 체류할 수 있도록 평가하는 전문가 참여 위원회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외국인상권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문화차이 있지만 활성화 도움"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양꼬치 거리에서 중국어로 적인 상점 간판이 붙어있는 모습./사진=김완렬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양꼬치 거리에서 중국어로 적인 상점 간판이 붙어있는 모습./사진=김완렬 기자.

외국인 자영업자가 늘어나면서 이들과 상권을 공유하는 한국인 상인들의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 상인과 손님이 늘면서 침체했던 상권에 활기가 돌고 있지만,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과 상권 변화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서울 광진구 건대 양꼬치거리는 외국인들의 유입이 침체한 상권을 되살린 대표적인 곳이다. 과거 봉제·섬유·금속가공 공장이 밀집했던 이곳은 1990년대 산업 침체로 빈 점포가 늘었지만, 2000년대 들어 중국인 상인과 주민들이 유입되면서 상권이 활기를 찾았다.

이후 방송 등을 통해 양꼬치가 인기를 끌면서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인근 대학생과 직장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곳이 번화가로 자리 잡자 구청도 '양꼬치거리'라는 이름을 붙였고, 주변 상권에도 활력이 돌았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양꼬치거리에서 식당을 영업하는 70대 오모씨는 "2000년대 들어 중국인들이 유입되면서 동네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며 "중국인 손님이 늘고 동네 주택에도 사람들이 들어와 살면서 상권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가게도 전체 손님의 10%가 중국인"이라며 "이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생활하니 우리도 먹고살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인근 상인 박헌용씨(68)는 "예전 이 동네는 집값이 싸고 지하철 2호선으로 서울 시내 어디든 이동하기 편해 중국인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이 살았다"며 "초창기엔 이들이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건설경기가 침체하면서 동네를 떠난 사람들도 있지만 동포인 인근 만둣집 사장들과도 가끔 인사를 나누고 서로 먹을 것을 나눠주며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에서 몽골어가 적힌 간판이 붙어 있는 모습./사진=김완렬 기자.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에서 몽골어가 적힌 간판이 붙어 있는 모습./사진=김완렬 기자.

서울 중구 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엔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1990년 한-소(소련) 수교 이후 옛 소련 출신 이주민 등이 모여들면서 형성된 거리에는 몽골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상인과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장사해 온 한국인 상인들은 언어와 생활 방식의 차이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문제는 줄어들었다는 반응이다.

식당 주인 박미숙씨(64)는 "10년 전쯤에는 외국인들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거리에서 싸움을 벌였다"며 "요즘은 몇 달에 한 번 정도로 줄어 장사하기가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말도 통하지 않아 문화적 차이로 오해가 생기는 일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상권 변화에 대한 복잡한 심경도 드러냈다. 이곳에서 45년간 장사해 온 김춘옥씨(70)는 "지금은 외국인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좋은 점도 있지만, 한국인 자영업자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가게를 내놓고 외국인 자영업자가 들어올 땐 씁쓸한 감정도 공존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사장님 늘어나는데…부처별 흩어진 통계에 정책도 '사각지대'

서울 중구 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사진=나유영 기자.
서울 중구 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사진=나유영 기자.

전국 곳곳에서 외국인 자영업자들이 지역 상권에 뿌리내리고 있지만 이들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부 통계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체류 현황과 자영업 관련 통계가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데다 국적과 체류자격, 업종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도 제한적이다. 정확한 실태 파악 없이는 외국인 자영업자 증가에 따른 정책 수요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 상주 외국인 중 자영업자는 5만6000명으로 전년(4만9000명) 대비 14.3% 증가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외국인 취업자에 대해 △연령 △산업 △국적 △체류자격 △근무지역 등 특징별로 세분화해 집계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 자영업자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와 '고용인이 없는 자영업자'로만 구분된다. 외국인의 체류자격은 법무부가, 자영업자 지원 정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담당하는 등 관련 업무도 쪼개져 있어 구체적인 실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이민정책연구원도 신용카드 가맹점 자료를 통해 외국인 개인사업자의 증가세를 추정하고 있다. 이민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등록된 국내 외국인 개인사업자 신용카드 가맹점은 1만323개소다. 이 가운데 7590개소(73.5%)는 2020년 이후 등록된 사업장으로 대부분이 최근 개업한 가맹점이다. 내국인 자영업자 신규 창업이 5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도원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직 비중은 작지만 외국인 자영업자는 급격한 속도로 늘고 있다"며 "현재는 외국인 자영업자들이 어떤 비자를 가졌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예기치 못한 부작용에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처별로 관리하는 정보도 다르다. 법무부는 외국인의 국적과 체류자격 등을 관리하지만 자영업자를 별도로 세분화한 통계는 사실상 없다. 자영업이 특정 체류자격에만 해당하는 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인은 기업투자(D-8)·무역경영(D-9) 등 투자·경영 목적의 체류자격 외에도 거주(F-2)·재외동포(F-4)·영주(F-5)·결혼이민(F-6) 등 국내 활동 제한이 없는 체류자격이 있으면 자영업을 할 수 있다. 체류자격만으로 외국인 자영업자의 전체 규모와 영업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자영업자 지원 정책을 담당하는 중기부도 외국인 사업자 현황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다. 중기부는 매년 약 4만개 업체를 대상으로 소상공인실태조사를 실시해 사업체 수와 종사자, 창업비용 등을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주의 성별과 나이 등을 조사하면서도 국적은 조사 항목에 포함하지 않는다.

중기부 관계자는 "전체 자영업자 중 외국인이 몇 명인지에 대한 데이터는 없지만 자영업자 지원 정책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별하지 않고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인 자영업자들이 내국인과 같은 지원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언어와 체류자격 등이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자금 대출이나 사업 컨설팅, 창업·폐업 지원 등에 대한 수요를 파악할 기초자료도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영업자 관련 업무를 하나의 부처가 모두 담당하기는 어렵더라도 부처 간 정보를 연계해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다문화·다양성 사회로 가는 흐름에서 외국인 자영업자에 대한 종합 데이터를 갖춰야 실효성 있는 정책을 기획할 수 있다"며 "외국인 자영업자 정보를 정부 차원에서 종합 통계로 집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외국인 자영업자는 국적 공동체를 기반으로 영업하는 경우가 많아 경기 변화에 취약하고 사업 안정성도 낮은 편"이라며 "정부가 관리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통로가 되거나 브로커가 개입하기 쉬운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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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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