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

네팔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가운데 한 학교 교장이 잇따른 경고 전화를 받고 신속히 대피를 결정해 학생 약 1600명의 목숨을 구했다.
30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네팔 누와코트 지역 트리부반 트리슐리 중학교의 라젠드라 다와디 교장(47)은 지난 26일 오전 9시 20분께 상류 마을이 급류에 휩쓸렸다는 긴급 전화를 4차례 연속으로 받았다.
당초 다와디 교장은 학교 건물이 강 수면보다 60m 높은 곳에 있는 3층짜리 콘크리트라서 안전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잇따른 경고 전화에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한 그는 곧바로 학교 종을 울리고 전교생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당시 전체 학생 약 1600명 중 900명이 오전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학생들은 교직원 안내에 따라 학교 인근 산비탈을 따라 고지대로 대피했다.
다와디 교장은 "더는 지체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설령 홍수가 닥치지 않더라도 고작 하루 수업을 못 하는 문제일 뿐이었다"며 "학생들에게 높은 곳으로 뛰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다와디 교장은 학교에 있던 학생들뿐 아니라 버스 타고 등교 중이던 학생 약 700명의 대피도 지휘했다. 그는 버스 기사에게도 전화를 걸어 차량을 고지대로 돌리라고 지시했다. 연락이 닿지 않던 마지막 버스가 학교 앞 다리를 건너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학교 안까지 물이 밀려드는 상황에서도 기사를 향해 소리쳤다.
버스는 가까스로 후진해 안전한 곳으로 빠져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는 거센 강물에 무너져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무사히 고지대로 대피했다.
이 학교 학생 유니샤 아마티아(16)는 "나와 친구들은 10초 차이로 살아남았다"며 "산비탈 위로 겨우 발을 딛자마자 눈앞에서 아래쪽 마을과 학교 건물이 휩쓸려 사라졌다"고 말했다.
다와디 교장은 "10분만 늦게 결정했어도 학생들과 나를 포함한 우리가 모두 이렇게 인터뷰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앞서 지난 26일 오전 9시께 네팔 북부 라수와 지역에서 대규모 산사태와 홍수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최소 800명이 숨지고 3000명이 실종됐다. 현지에서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던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6명과 한국남동발전 소속 3명 등 한국인 9명도 연락이 끊긴 상태다.
전문가들은 빙하와 암석으로 형성된 이른바 '자연 댐'이 무너지면서 대규모 토석류가 하류로 쓸려 내려가 홍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 상류에는 물길을 막은 잔해가 남아 있어 2차 홍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