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고졸 혁명/대우조선해양의 고졸 사원 육성법
"입사가 아니라 입학이라고?"
지난 1월 5일 경남 옥포조선소에서 열린대우조선해양(134,900원 ▲500 +0.37%)의 사무기술직 고졸 공채 입사현장은 일반 기업의 신입사원 환영식과 달랐다.
이 회사는 올해 처음으로 중공업 사관학교의 신입생을 받았다. 중공업 사관학교는 학벌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고졸 우수 인재를 선발해 중공업 전문가로 육성하는 대우조선해양의 자체 신입사원 교육프로그램이다.
말이 프로그램이지 사실상 대학 신입생의 커리큘럼과 상당히 흡사하다. 한국사부터 영어회화까지 대학의 교양과목을 그대로 배운다. 대학 수업과 비슷하게 진행되지만 수업료가 없다. 오히려 고졸 사원 초봉치곤 많은 25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왜 고졸 사원에게 돈을 쥐어주며 학교 교육을 시키는 걸까. 전종호 인사1그룹 리더(전문위원)를 통해 고졸 사원의 매력을 들어봤다.

대우조선해양 전종호 인사1그룹 리더.
◆고졸 사원 채용, 이래서 좋다
"미미한 숫자지만 사회적 흐름을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 전문위원이 판단하는 고졸 우수 인력 채용에는 몇 가지 의미가 있다. 학력 위주의 사회풍토와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가 사회적 손실로 이어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고졸 채용은 사회문제의 해법 중 하나다. 사회적 비용 절감 차원에서 고졸 채용에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 입장에서 우수한 인재를 조기에 채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단순 생산·기술직이 아닌 관리직 및 전문가 육성을 위해 고졸 사원을 채용한 것은 대우조선해양이 처음이다.
"대졸 공채 뽑아도 어차피 기본교육을 또 시켜야 합니다. 고졸 신입사원이 7년 동안 회사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경력이나 실력 면에서 대졸 사원에 비해 월등히 낫다고 할 수 있겠죠. 경쟁 기업에서 우리의 고졸 채용을 보고 ‘한방 먹었다’고 표현하더군요."
고졸자 개인에게도 의미가 있다. 일류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 현실에 비해 이른 사회 진출은 뚜렷한 자기 목표를 가지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게다가 연 1000만원의 등록금을 내야하는 대신 전문분야 교육을 받으면서 월급까지 챙기는 일거양득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자신의 주관과 목표의식이 뚜렷해요. 그런 면에서 우리 회사의 고졸 채용은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기업의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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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재가 몰렸나
"사관학교 과정을 모두 마친다면 조선·해양분야를 비롯한 중공업 분야의 전문가로서 같은 또래의 대학 졸업자보다 월등한 실력을 갖추게 됩니다. 또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는 전국 2300여개 고등학교장에게 이 같은 채용설명편지를 보냈다. 성적이 우수하지만 대학 진학이 어렵거나 대학 진학 외에 다른 경로의 사회 진출을 모색하던 고졸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고졸사원 입사지원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100명 모집에 3199명이 지원했다. 32대1의 경쟁률이다. 이 중 외고, 과학고 출신을 비롯해 내신 1~2등급이 500명 이상 몰렸다.
전 전문위원은 "기존 채용 인력보다 10% 더 뽑기로 결정했을 만큼 전국의 우수한 인재가 많이 몰렸다"면서 "수능성적 전국상위 1% 이내 등 일류대학에 입학할 만한 실력을 가진 인재도 있었다"고 전했다.
입사 지원한 우수 고졸인력은 조기 취업을 통해 조선·해양분야 전문가로 일찍 성장한다는 데 매력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뉴시스)
◆중공업 사관학교의 인재 육성법
기존 고졸 인력은 생산직이나 현장직에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행 창구 직원이나 공장의 생산 인력을 고졸사원을 통해 충당했다. 하지만 이번엔 의미가 다르다. 전문 기술인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중공업 사관학교의 교육은 크게 두 단계다. 입사 1년차까지는 대학에서 실시하는 교양교육 위주다.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공학, 인문·사회, 교양, 어학·컴퓨터, 특기·적성·봉사활동이 포함된 입문교육과 설계교육, OJT(실무교육) 등이 추가된 심화교육으로 나뉜다.
12주간 진행되는 입문교육에서는 회사의 이해 등 오리엔테이션을 비롯해 조선해양공학개론, 공학수학, 전기전자기초, 일반물리학 등 공학과정을 배운다. 다른 과목은 대학 초년병의 커리큘럼과 판박이다. 한국·서양사학 입문, 경제학원론, 영화의 이해를 비롯해 영어회화나 컴퓨터 활용능력 등 대학 필수이수강좌가 그대로 적용된다. ‘성과 인간’ 같은 교양 과목도 있다.
26주간 진행되는 심화교육기간에는 본격적인 실무 기본교육이 시작된다. 유체역학, 해양공학 등 공학분야나 회계원리, 재무관리 등 통계학 강좌가 이어진다. 이 외에도 설계교육이나 특기·적성·봉사활동의 수업이 진행된다. 교육과정이 끝나면 시험을 통한 평가가 이뤄지는 것도 대학교육과 닮았다.
전체 교육기간은 7년이다. 대학 4년, 군 복역기간 및 휴학기간 3년으로 계산한 수치다. 1년차를 제외한 나머지 6년(군필자의 경우 4년)은 현장교육이다. 여기에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멘티·멘토제가 도입됐다. 선배가 책임지고 현장에서 후배를 지도하는 방식이 조선·해양 공학 교육과 병행된다. 이 기간이 지나면 대졸 공채와 비슷한 수준의 대우를 해주겠다는 것이 지금까지 회사가 밝히는 고졸사원의 대우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 수준은 5000만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전 전문위원은 "대졸자를 대체하는 역량을 키워야 하는 만큼 교육 과정이 탄탄하게 짜여졌다"며 "우수 인력을 조기에 조선해양 전문가로 키워낸다는 것이 중공업 사관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