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청년 실업 이렇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반값 등록금, 청년 실업 이렇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담=홍찬선 산업부장, 정리=서명훈 기자
2013.03.11 09:30

[머투초대석]김형률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김형률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사진=구혜정 기자
↑김형률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사진=구혜정 기자

“지금 미래창조과학부 때문에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창조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싱크 탱크가 아니라 싱크 탱크가 나올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미래창조부의 핵심입니다.”

지난 7일 만난 김형률(56)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의 말이다. 교육 현장 최일선에서 20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쳐온 터라 말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그럼 싱크 탱크가 나올 수 있는 인프라는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김 교수는 “지식을 축적하고 유통하며, 토론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허브를 하루 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하버드나 MIT, 프린스턴, 영국의 옥스퍼드와 같은 세계적 대학들이 앞 다퉈 무료온라인 공개강좌(무크, 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개설하고 있는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세라(Coursera)나 에덱스(edX), 유다시티(udacity) 같은 온라인 무료 강의를 통해 전 세계에서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지식을 나누고 있다. 10년 전부터 이런 아이디어들은 있었지만 작년 4월부터 본격화됐다. 일종의 새로운 교육 플랫폼인데 이런 흐름에 우리나라는 한참 뒤쳐져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애플이 아이튠즈를 통해 일종의 생태계를 구축해 온라인 음원시장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장악했던 것처럼 교육 분야 역시 플랫폼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교육에서 뒤쳐질 경우 한 산업이 아닌 우리나라 미래 전체가 어두워질 수도 있는 만큼 파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는 "코세라(www.coursera.org)나 에덱스(www.edx.org), 유다시티(www.udacity.com)가 본격화된 것은 1~2년 정도여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흐름의 기원은 인터넷에 학습 자료를 무료로 공개하고 이를 활용하도록 하자는 ‘OER(Open Educational Resources)’ 운동이 시초다. MIT가 2001년부터 OCW(Open Course Ware)라는 이름으로 대학 정규강의를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OCW컨소시엄(www.ocwconsortium.org)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유수 대학이 참여했고 우리 대학들도 일부 동참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국내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학이나 교수들이 많지 않다"며 "이런 시스템은 한 개인이 나서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코세라에는 290만명이 강의를 듣고 있고 전 세계 62개 나라의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모두 328개의 강좌가 마련돼 있고 사용하고 있는 언어도 5개에 이른다. 지금 속도라면 올해 안에 강좌 수는 1000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대학은 단 한 곳도 없다. 일본과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권 국가는 물론 멕시코까지 참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인터넷 강국'이라는 평가가 부끄러울 정도다.

과거 OER이 자료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이었던 것과 달리, 코세라나 에덱스 등은 교수와 학생은 물론 학생들 사이의 피드백이 중시된다. 각 코스별로 별도의 오프라인 모임을 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은 어려운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고 있다.

김 교수는 “반값 등록금의 해답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세라에 등록된 인기 강의는 수강생이 10만명이 넘는데 100달러씩만 받아도 1억달러다. 학생들은 더 낮은 가격에 세계 석학의 수업을 안방에서 들을 수 있고, 대학 역시 학생 1명에게 1년에 1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받을 수도, 받을 필요도 없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학 등록금 가운데 기성회비를 낮추기는 어려울지라도 수업료 부분은 획기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전혀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코세라의 공동 설립자인 앤드류 응(Andrew Ng) 스탠포드대 교수가 코세라에서 첫 강의를 열었을 때 수강생이 무려 10만명에 달했다. 에덱스(edX) 대표인 애낸트 아가르왈(Anant Agarwal) MIT 교수의 강의에도 15만5000명이 몰려들었다.

↑↑김형률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사진=구혜정 기자
↑↑김형률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사진=구혜정 기자

미국에서는 이같은 온라인 무료 강의 수강생 가운데 성적 우수자를 채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강의 자체가 세분화돼 있어 기업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갖춘 인재를 더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대학의 개념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상당수 대학이 문을 닫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앞으로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세계 석학들의 강의를 직접 듣는 시대가 되면 대학을 물리적인 캠퍼스로 구분하는 개념은 상당히 희석될 것이다. 특히 과거에는 같은 캠퍼스에 다니는 400~500명의 학생들이 경쟁했지만 앞으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는 전 세계 학생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된다. 물론 대학교수 역시 같은 학문을 연구하는 전세계 대학교수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많은 대학이 문을 닫게 될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4500개 대학 가운데 200여 개 대학만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L. 프리드먼도 대학의 미래에 대해 김 교수와 같은 생각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소위 학위라고 부르는 것은 일종의 벽돌쌓기와 비슷한 개념으로 바뀔 것"이라며 "스탠포드 대학에서 컴퓨팅 강의를, 와튼스쿨에서 경영수업을 골라 자신의 전공 코스를 만드는 것을 보게 될 것이고 이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디지털 휴머니티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교수는 그냥 배워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앞으로는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모아서 학생들에게 안내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가 펭귄스텝(www.penguinstep.net)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철학 때문이다. 이곳에는 자신의 전공분야인 역사학과 관련된 세계 석학들의 강연 동영상이 빼곡하다. 또한 시사 문제에 대한 해외 언론보도와 각종 다큐멘터리도 올라와 있다. 하루에도 수십여 개의 동영상이 링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학생들이 보다 쉽게 세계 석학들과 대화하고 지혜를 쌓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다면 하기 힘든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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