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빚이 많아서 배가 섬으로 갔다?

[기자수첩]빚이 많아서 배가 섬으로 갔다?

김태은 기자
2013.03.19 09:27

"선주협회 사옥이 해양 중심지인 부산이나 울산으로 왔으면......."

한국선주협회는 최근 창립 52년만에 신사옥을 마련해 입주했다. 그런데 하필 그것이 부산, 인천같은 해양도시가 아니라 서울 여의도였다. 국내 유수의 해운사들을 회원사로 거느리고 있는 협회로서는 영 어울리지 않는 풍수지리다. 지난 15일 있었던 입주식에서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해운사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 어쩔 수 없는 구석도 있다. 금융위기 여파와 선박 공급과잉 속에 해운업황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해운사들이 선박 발주나 운영보다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 상환 문제를 놓고 금융회사들과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매물로 나온STX팬오션(5,080원 ▼40 -0.78%)은 업황부진에다 막대한 부채부담 등 껄끄러운 여건 속에 마땅한 인수후보가 선뜻 나서지 않아 돈을 빌려준 산업은행에 인수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내 1위 벌크선사마저 이런 처지다보니 해운업계는 선주협회를 앞세워 자금지원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양금융공사와 해운보증기금 등을 만들어 해운업계의 막힌 돈줄을 뚫어달라는 주장이다.

이윤재 선주협회 회장도 신사옥 입주식에서 이같은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금융중심지이자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 해운빌딩 입주를 계기로 금융권 협력과 대국회 활동을 강화해 선박금융 전문기관을 설립하고 제도 개선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란게 그의 기대다.

비싼 배를 굴리는 해운에게 금융은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다. 선박펀드, 운임유동화 등 금융사의 손이 가지 않으면 안되는 일들이 많다. 유동성 확보가 발등의 불이 된 해운사들로선 그 어느 때보다 여의도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자금 지원을 얻어내는 데에만 골몰하다가 자칫 본질적인 경쟁력이 소홀해 질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스로의 체질개선을 통해 선대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 선진국인 그리스와 일본, 독일이 해운시황 변화보다는 정기적인 선박 해체와 신조선 발주를 통해 선대경쟁력을 높여왔다. 이에 비해 한국 해운업계는 연료효율성이나 선령 등 선대 운영부문에서 경쟁력은 더욱 낮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어려울 때 일수록 기본에 소홀하기 쉽다. 해운업계가 바다위 경쟁력에 대한 초심을 잃지 않는한 기대해볼만한 미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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