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 기업이익의 과세 논란이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사내유보금 이중과세를 '기업소득환류세제'라는 이름으로 달리 부르지만 이름을 바꿨다고 본류가 바뀌는 것은 아니니 어떻게 부르든 큰 차이는 없을 듯하다.
또 사내유보금 항목의 돈이 실제 현금(Cash, 현금성자산)은 20% 정도이고, 나머지는 80%는 이미 투자돼 현금이 아닌 토지나 시설 등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얘기해도 이해하기 싫은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듯하다.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 더 알기를 원한다면 2011년 11월 국회예산정책처가 정책연구 용역사업으로 한국재정학회(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에 의뢰한 '법인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방안 연구'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지금의 논란에 대한 이슈를 2년 여 전에 심도 있게 논의해 잘 정리해놓은 보고서다.
지난 24일 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정당성(우리나라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보도참고자료로 낸 '해외 유보소득 과세 사례'에 대해서도 정부가 설명한 겉이 아닌 속까지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보고서다.
바쁜 시간에 쫓겨 A4지 근 80쪽 분량을 다 읽기 힘든 분들을 위해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미국, 일본, 대만, 독일 등에서는 특정 주주가 배당 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사내에 과도하게 유보하면 과세하는 제도를 과거에 도입했거나, 현재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내용은 우리가 논의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런 사내유보와 관련해 미국 내에서 첨예한 논쟁이 벌어졌던 대표적인 소송이 미국의 야구카드 업체인 돈러스(Donruss) 사건이다. 당시 한명의 주주가 있는 이 회사는 1955년~1961년 동안 수익이 65만 8000달러가 늘었지만 전혀 배당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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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을 했다면 1명의 주주가 벌어들인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렸겠지만 배당을 하지 않고 사내에 유보하면서 미국 국세청(IRS)이 소송을 제기했다.
배당을 하지 않을 경우 해당주주가 소득세를 내지 않은 대신 그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높아져 자산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이는 세금을 회피할 목적이 있었다는 게 미 국세청의 주장이었다.
돈러스 사건은 미국 법원에서 오직 탈세를 위한 사내유보금만이 과세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기업이 사내에 자금을 유보하는 것이 탈세를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 이미 납부한 법인세를 제외하고는 과세를 할 명분이 없다는 것. 이는 미국 IRS 제533조에 반영됐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과세사례라고 예시한 동족회사 주주의 배당소득세 회피시 과세도 우리와는 다르다.
일본의 동족회사 과세는 '3인 이하의 주주'가 50% 이상의 주식을 소유하거나, 3인 이하의 주주가 50% 이상의 의결권을 가진 경우에 제한된다. 소수가 전적인 의사결정을 해 배당으로 이득을 얻을지, 사내유보를 통한 자산 부풀리기로 이득을 얻을 지를 결정할 수 있는 구조의 회사가 과세대상이라는 얘기다. 우리처럼 상장사여서 주주 구성이 다양한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우리가 모범을 삼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기업이익의 사내유보과세에 대한 입법취지가 우리의 추진배경과는 다르다.
정부가 예로 든 대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만은 납입자본금이 한도를 초과해 미배당 이익금을 유보하고 있는 법인에 대해 1회에 한해 초과 이익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
최근 정부는 과거 사내유보금은 예외로 하고, 향후 발생할 이익으로 인한 사내유보금을 일정정도 투자와 배당, 임금상승에 사용하지 않으면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의 사용방법과 사용처를 정부가 지정한다는 것은 과도한 경영간섭이다.
적절하지 않은 해외사례를 동원해 '대기업의 곳간을 열어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표퓰리즘적 접근법보다는 차라리 법인세를 올려 세수를 늘리겠다는 정공법이 더 정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