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칼럼-思見]사내유보금 과세(하)-어떤 일이 벌어질까

[오동희칼럼-思見]사내유보금 과세(하)-어떤 일이 벌어질까

오동희 기자
2014.07.30 11:45
[편집자주]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법이나 규정을 새로 만들 때는 목적성이 중요하다. 그 목적성이 사회 전체의 공공이익(善)을 개선할 때에만 그 법이나 규정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사내유보금(우리는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한 과세는 돈을 벌면 세금을 내야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다. 몇 명의 주주가 '짬짜미'를 해서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고, 자산을 불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큰 기업들의 외국인 주주가 50% 이상을 넘는 상황에서 배당을 하지 않고 이런 형태로 부를 늘리는 경우는 드물다.

사내유보금 과세정책의 목적은 2기 경제팀이 '기업소득환류세제'라고 이름을 바꿨듯이 대기업 곳간에 쌓인 소득을 물 흐르듯 돌려 경기회복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배당을 늘리고, 임금을 올려주면 돈이 돌아서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논리다.

정부의 재정지출로 내수경기를 살릴 도리가 없으니 기업의 곳간에서 돈을 풀라는 얘기다. 문제는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왜 있느냐와 무엇에 쓰일 돈이냐는 것이다.

사내유보금 증가를 비난하기 전에 사내유보금이 왜 증가했는지의 역사를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증가한 시기는 2001년 적정유보초과소득과세가 폐지된 이후다. 과세제도가 사라졌으니 돈을 쌓아놓자는 기업이 늘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과세제도가 폐지될 시점인 2001년 8월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에서 벗어난 시기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IMF 구제금융 때인 1997년 이후 부채 비율을 낮추라는 IMF의 요구에 부응해왔다.

당시에도 부채비율이 높아 수많은 기업이 쓰러졌지만, 지금도 부채비율이 높아 금융기관의 관리를 받는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기업생존의 핵심은 재무구조개선의 키포인트는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이다.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100'이다. 총자본에는 이익잉여금(사내유보금)이 포함돼 있다. 이익잉여금이 늘면 부채비율이 떨어져 기업의 재무구조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기업에 돈이 필요하면 은행에서 꾸거나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이를 충당하면, 외부에서 돈을 꿀 일이 없으니 총부채는 낮아지고, 총자본은 늘어나니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

IMF 이후 기업들은 스스로 벌어들인 돈을 이익잉여금에 쌓고 대신 외부에서 조달하는 금융에는 덜 적극적이었다. 2002년부터 이익잉여금이 증가하면서 회사채의 발행이 주춤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그림 참조-법인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방안연구)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시의 이자와 발행 비용 등을 감안해 조달비용이 더 저렴한 사내유보금에 의존하는 빈도가 늘어난 것은 기업 활동의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임금인상에 쓰거나 배당을 늘리는데 사용토록 강요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과세를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장은 시장에 돈이 넘치면서 경기가 반짝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옛말에 '아무리 배고파도 내년에 농사지을 종자는 먹지 말라'고 했다.

상승하는 임금을 감당하기 힘든 기업과 향후 투자에 사용할 자금을 과세를 피하기 위해 당장 필요하지 않은 자산에 투자할 경우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이익집단이면서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집단이다.

정부가 법인세 인하분인 3% 정도의 과세를 하겠다고 했으니, 이를 피하고 최소한의 이득이라도 얻을 수 있는 부문에 투자를 하는 게 기업의 생리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내유보금을 줄인 이후에는 미래 투자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해외투자는 면세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매출의 80~9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데, 현지에 투자는 과세대상이라고 하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는 게 재계의 반응이다.

임금과 배당, 불필요한 투자로 종자돈을 사용하고 나면 결국 필요할 땐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을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길로만 몰아가고 있지 않은지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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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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