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기업 재산권 침해" 적시…이재용 재판 새국면

헌재 "기업 재산권 침해" 적시…이재용 재판 새국면

심재현, 이정혁, 김성은, 임동욱 기자
2017.03.10 15:07

뇌물 아닌 갈취금에 무게 해석…현대차 등 대기업 안도 속 추가 수사 대비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 국회의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판단은 검찰의 추가수사와 향후 재판을 진행할 법원에 넘겼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기소된 삼성을 포함해현대차(509,000원 ▼4,000 -0.78%)·LG(98,500원 ▲2,700 +2.82%)·SK(381,500원 ▲26,000 +7.31%)·롯데 등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대기업들은 일단 안도하면서 검찰의 소환 가능성 등 향후 수사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헌재가 대기업의 재단 출연금이 뇌물인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것은 향후 형사재판에서 뇌물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올 경우 탄핵 결정의 정당성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뇌물죄는 수수자와 공여자가 한 묶음으로 처벌되는 쌍벌죄로 어느 한쪽이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다른쪽도 무죄를 받게 된다.

헌재로선 최대한 명확한 사유로 시비를 최소화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박영수 특별검사팀(특검팀)으로부터 넘겨받은 검찰은 늦어도 주말까지는 특검수사 자료 검토를 마치고 다음주부터 특별수사본부를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수사의 핵심은 특검이 마무리짓지 못한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돼 형사상 불소추특권이 사라진 만큼 강제조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탄핵 이후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일정상 일각에선 정치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사는 늦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검찰은 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수사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은 지난달 28일 수사를 마치며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이 모금한 774억원 중삼성전자(190,100원 ▲100 +0.05%)등이 출연한 204억원과 최순실씨 모녀 등에 대한 승마 지원 등 총 433억원에 대해서다. 박 대통령이 직접 받진 않았지만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낸 뇌물 성격의 자금이라는 게 특검의 결론이다.

헌재가 뇌물 혐의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면서 이 부회장 입장에선 다소 부담을 덜어낸 상황이다. '정치적 고려'가 그나마 줄어든 상태에서 재판을 시작하는 만큼 대가성 자체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의 공판준비기일에서 뇌물을 포함해 특검이 제기한 5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특히 "재단 기금 출연과 승마 지원은 대통령의 강요와 압박으로 불가피하게 이뤄진 것일뿐 대가를 바란 뇌물이 아니었다"는 게 변호인단의 핵심 주장이다.

두 재단에 공동 출연한 현대차(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 지원 의혹)·SK(최태원 회장 특별사면·면세점 인허가 특혜 의혹)·롯데(면세점 재진입·비리수사 무마 의혹) 등도 같은 입장이다.

헌재가 탄핵선고에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등에 관여한 것은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대기업의 출연금 등이 뇌물보다는 갈취금 성격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검에 앞서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의 1차 특수본도 "기업은 피해자"라는 수사결과를 냈다.

검찰의 2차 특수본이 기존 주장을 유지할 명분이 생겼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이 때문이다. 2차 특수본부장은 1차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맡았다. 법원도 최순실씨 재판을 두고 검찰이 강요 혐의로 기소한 사건과 특검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사건을 따로 진행하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법조인은 "헌재가 형사적 판단을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헌재의 판단이 특검보단 검찰의 시각과 비슷하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검이 90일의 제한된 일정 때문에 마무리짓지 못하고 검찰에 넘긴 자료 가운데 대가성 정황과 관련된 자료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추가수사가 일부 대기업을 겨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대 그룹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며 "사태를 지켜보면서 각자 준비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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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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