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브레이크 잠긴 국산차 노조의 시대정신

[기자수첩]브레이크 잠긴 국산차 노조의 시대정신

장시복 기자
2017.08.18 05:00

"이래서 수입차를 사야지.", "차라리 공장을 해외로 이전해라.", "다들 어려운 이 시기에 과유불급이네요."

최근 계속되고 있는 국산차 노조들의 파업 관련 기사를 올린 뒤 댓글 여론을 둘러봤다. 비난 일색이었다. 이 댓글을 쓴 이들도 대부분 곳곳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또는 예비 노동자)들일 터다.

많게는 1억원에 가까운 평균 연봉을 받는 노조가 해마다 관행적으로 파업을 벌이는 데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난들이 쏟아졌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박봉의 중소기업 비정규직이나 실업자들에겐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클 수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미 지난 10일부터 6년 연속 파업을 이어가고 있고, 한국지엠(GM)·기아차·르노삼성 노조도 파업 찬반 투표를 가결시켰다.

물론 노조 입장에서도 비난 여론에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다. 현행법에 정해진 대로 절차를 밟아 권리를 쟁취하는 것인데 뭐가 문제냐는 논리로 말이다.

그런데 이젠 기업 경영진에만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는 시대가 아니다. 기업이 '무작정 돈만 벌면 되는' 세상이 아니듯, 또다른 한 축인 노조도 주변 사회와 소통하며 공감하는 '시대 정신'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 노사 관계의 시계추는 30여년 전 저임금 노동과 인권 문제 등이 사회적 이슈이던 시기에 형성된 대립적·적대적 노사 프레임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 스스로도 기나긴 파업 끝에 협상을 마무리한 후 "개별 노사 관계가 기업 내부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을 여실히 재확인할 수 있었다"며 신중을 기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뻔한 레토릭(수사)에 불과했는지, 올해도 파업은 반복됐다. 더욱이 내수 부진에 시달려온 국산차 업계는 올 들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중국 시장 내 실적이 반토막났고, 미국에서도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판매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고통이 협력업체들로까지 전이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3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과 '한국GM 철수설' 등이 겹치며 업계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사회적 지지와 명분을 얻기 위해서라도 노사 간의 협력과 양보가 절실한 때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고초를 겪은 미국차 업체들은 노사가 늘 이런 인식을 공유한다. "회사가 부도나면 노조도 부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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