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이어진 매출 30조원 규모의 새로운 회사가 생기는 과정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2012년 7월 전후의 일로 기억한다.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전무(현 삼성전자 부회장)가 등기이사로 있었던 S-LCD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합병은 세간의 큰 관심사였다. 삼성전자에 이은 두번째로 큰 매출 30조원 짜리 회사가 탄생하는 것이었다.
이런 합병과정에는 개별 기업의 자산 가치를 평가하고, 미래 성장성을 분석하는 한편,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등 다양한 절차나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형 IB나 컨설팅 회사, 로펌(법률회사)이 합병에 관여하고, 주관사를 맡는다.
30조원 짜리 회사를 합병하는 작업에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거대 글로벌 기업이 컨설팅을 맡았고, 그 작업의 진행 과정에서 컨설팅 비용과 관련된 내부 논란이 있었다. 컨설팅 비용이 수십억원을 훌쩍 넘기는 큰 딜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합병 작업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커지면서 컨설팅 회사에서 추가 비용을 요구했고, 삼성 쪽 실무진은 당초 맺었던 계약 조건에서는 추가 비용을 지불할 여지가 없다는 점을 들어 거부했다.
컨설팅 기업 쪽에는 이 부회장을 잘 아는 지인이 근무하고 있었고, 그 지인과 그 지인의 지인을 통해 이 부회장에게 컨설팅 비용 인상을 요청하는 청탁(?)이 들어간 적이 있다.
이 부회장 주변 여러 지인들이 “친한 친구의 일인데, 니가 힘이 있으니 (컨설팅 비용 인상을 할 수 있는) 사정을 좀 봐주라”는 무언의 압력이 들어간 모양이다.
이에 대한 이 부회장의 대처는 간단했다. “친구야 미안한데, 내가 절차와 원칙을 버리고 담당 직원에게 얘기를 하면 그 일이야 해결되겠지만, 그 순간 얘기는 퍼지고 회사 내의 원칙과 절차가 무너지게 되니 미안하다. 친구야 니가 담당자를 잘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고 한다.
결론은 회사 내에서 이 부회장의 민원이 통하지 않았고, 컨설팅 비용은 계약대로 집행됐다. 이 얘기를 전한 지인은 당시 이 부회장이 최소한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선관주의 의무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이야기를 전했던 이 부회장의 지인에게는 이 이야기의 공개에 대해 사전에 허락을 구하지 못한 점을 지면을 빌어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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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부회장의 모교에서 건물이 필요해 요청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하니 학교에 건물을 기부해달라는 것이었다. 지인을 통한 이런 민원 또한 삼성전자의 재산이 개인 재산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하며 삼성그룹의 지배력을 흔들 당시에도 이 부회장은 임원들을 모아 놓고, “우리가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의 지배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데, 결국은 기업을 잘 운영해 주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 그룹을 유지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그 과정에서 “우리가 경영을 잘못해서 주주들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그 계열사는 삼성 그룹이라는 울타리에서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경영을 어떻게 하느냐가 핵심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오래 전부터 자신의 월급도 영등포의 쪽방촌 사람들을 진료하는 병원에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런 것이 공개되는 것을 꺼린다.
이 얘기들은 이재용이라는 자연인이 훌륭한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가 우리 사회의 상식선 위에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얘기하는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우선주의, 공판중심주의 등 상식적인 원칙이 재벌 3세라는 이유의 편견에 갇혀 무시 돼서는 안될 것이다. 정의는 어느 쪽에서 보든 정의로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