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탁기 세이프가드 WTO 제소가 '보복'이라는 월풀

[기자수첩]세탁기 세이프가드 WTO 제소가 '보복'이라는 월풀

이정혁 기자
2017.11.27 15:09

"한국 정부가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대해 보복(retaliate)할 합법적인 근거가 없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세탁기 세이프가드를 청원한 당사자인 월풀(Whirlpool) 측은 "한국 정부는 이번 무역분쟁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할 것"이라고 기자가 언급하자 이를 '보복'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월풀은 2011년 4월 ITC에삼성전자(206,000원 ▲2,000 +0.98%)LG전자(118,400원 ▲1,200 +1.02%)의 냉장고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청하고, 12월에는 양사를 세탁기 덤핑 판매 혐의로 제소했다가 모두 기각되는 등 완패한 전례가 있다.

그런 탓인지 세탁기 세이프가드를 취재하는 동안 월풀 측은 비논리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이프가드가 발효될 경우 미국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는 불가피하다고 문제를 삼자 "그렇다면 월풀은 R&D(연구·개발)에 더 많이 투자할 것이고 이는 월풀의 세탁기 라인업 강화로 이어지는 만큼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다양하게 만드는 강력한 해결책"이라는 게 비논리적 주장의 대표격이다.

이런 주장은 올해 3분기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 37.7%로 1위를 기록한 월풀이 치열한 경쟁 없이 미국 규제기관에 호소해 안방을 지키겠다는 말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이번 세이프가드와 관련해 '미국 노동자의 승리'라거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제조업에 심각한 피해를 줬다'며 대의명분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여론전을 펼쳐왔다.

사실 월풀 세탁기는 현지에서도 '큰 게 전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혁신과 거리가 멀다. 삼성전자 '애드워시', LG전자 '트윈워시'와 비교할 경우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국 유통업계의 상징이라 불리는 백화점 체인 '시어스'와 계열 소매체인 'K마트'가 지난달 월풀과 그 계열사의 각종 가전제품의 퇴출을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서 월풀은 혁신제품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월풀이 반년 동안 줄기차게 외친 50%에 달하는 관세를 ITC가 받아들인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당시 국회 연설에서 각종 통상 문제에 대해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은 것에 비춰볼 때 관세율이 막판에 수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통틀어 연간 대미 세탁기 수출 규모는 1조원에 달한다. 양사와 무역 분쟁의 단골 파트너였던 월풀은 이번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에 맞춰 직간접적인 타격을 가하게 됐다. 하지만 경쟁과 혁신 없이 당국에 기대 안방을 사수하겠다는 월풀 세탁기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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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이정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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