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배터리, 최악을 가정하라

[기자수첩]K배터리, 최악을 가정하라

김도현 기자
2023.03.09 04:06

최근 미국 포드자동차와 중국 CATL이 북미 배터리 합작사(JV)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을 우회하기 위해 투자금 전액을 포드가 부담한다. 미국시장의 문턱을 넘으려고 했던 중국의 시도가 먹힌 셈이다.

미국은 K배터리의 미래가 달린 시장이다. 내수가 빈약한 한국이 중국과 맞서려면 미국 전기차 시장이 '제2의 내수'가 돼야 한다. 미·중 양국의 관계가 나쁜데도 포드와 CATL의 JV가 탄생할 정도이니 양국의 화해 분위기라도 조성되기라도 하면 K배터리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는 걱정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

휴대폰·소형가전 시장을 주름잡으며 이차전지 기술력을 축적한 한국·일본은 중대형 전지 경쟁력을 키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완성차 시장 패권을 쥐기 위한 중국이 전략적으로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면서 3국의 배터리 전쟁은 격화됐다.

일련의 과정에서 불과 몇 년 새 수많은 배터리 회사들이 등장하고 사라지길 반복했다. 이차전지 종주국 일본의 힘이 약해졌고 한·중이 양강을 구축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CATL △BYD △파나소닉 등 6대 브랜드 체제로 재편됐다. 글로벌 영향력에선 한국이, 점유율 면에선 전동화를 선제적으로 실시한 내수를 지닌 중국이 앞선다.

북미·유럽·중국은 3대 전기차 시장이다. 중국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에 불리한 제도를 만들어 자국 내수시장에 빗장을 걸었다. 유럽에서는 한국과 경쟁한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과 손을 잡았다. 북미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의도였다. 미국의 전동화가 본격화되는 2025년부터 중국과 점유율 격차를 좁히고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이 때문에 K배터리에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다.

그러나 포드·CATL의 파트너십은 이런 낙관론을 경계하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중국은 정부 주도 아래 한국기업을 잠식시키기 위해 저가·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다. 업계가 정부의 적극적이고 꾸준한 정책적 외교적 지원을 원하는 것도 경쟁국의 움직임 때문이다. 이 시장에서 기업만 고군분투하라는 것은 게임의 룰을 모르는 것이다. 정부·기업이 구성할 'K배터리 어벤져스'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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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도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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