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국제선 여객 수가 전년 대비 증가하며 외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항공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고환율 상황에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항공유 가격 폭등까지 '이중고'를 겪으면서 비상 경영에 돌입해야 할 만큼 경영 위기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11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공항을 이용한 전체 여객 수는 1315만6287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인천공항을 이용한 일본 노선 여객은 같은 기간 12.3% 증가한 164만5384명, 중국 노선의 경우 24.8% 늘어난 155만264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국내 무비자 입국 허용과 지난해 11월 대만 문제를 계기로 불거진 중·일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보인다. 실제로 양국을 오가던 관광객들이 대체 여행지로 한국을 선택하면서 인천공항 경유, 방한 수요가 몰린 것이다. 여기에 지난 2월 미국·이란 전쟁으로 중동 공항들이 폐쇄되자 외항사를 이용해 중동을 경유하던 유럽행 여행객들이 국적사의 직항편으로 쏠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도 실적이 개선됐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644억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손실(357억원)에서 흑자 전환했다. 티웨이항공(트리니티항공)도 19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8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겉으로 드러난 여객 지표는 좋지만 앞으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이달부터 여객 수요가 크게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 국제선 항공권은 탑승 2~3개월 전 발권이 이뤄지는데 지난달 여객 실적은 중동 전쟁에 따른 유류할증료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 예약된 수요라는 분석이다.
유류비 폭등은 고스란히 유류할증료에 반영된다. 중동 전쟁 여파로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은 지난달 평균 배럴당 166달러를 기록해 전쟁 직전인 2월 평균(82달러) 대비 80달러 이상 올랐다. 이달 발권하는 항공권에는 국제선 유류할증료로 최고 단계인 33단계가 적용 중이다. 유류비는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의 30% 안팎을 차지한다.
기초 체력이 약한 LCC 업계는 이미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 신청을 받는 고육책을 내놨다. 제주항공은 5~6월 국제선 전체 운항 편수의 4%에 해당하는 187편을, 진에어는 푸꾸옥·괌 등을 중심으로 이달까지 176편을 감축했다. 다음달 운항 계획에 따라 추가로 감편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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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항공사는 재무 구조가 악화되며 존폐 갈림길에 섰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3400%를 돌파했고, 에어프레미아는 자본잠식률 132%의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항공운송사업 면허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동 전쟁으로 항공유 단가가 이전 대비 2배로 상승하면서 항공사 실적에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통항 이후 실제 항공유 공급 회복까지의 시차를 감안하면 3분기까지는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