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테이너선 운임이 2024년 홍해 사태 당시 고점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랐지만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규모 발주로 예고돼온 공급 과잉 국면이 중동 분쟁 등을 거치며 계속 미뤄져왔지만 내년부터는 이를 상쇄할 요인이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 시황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달 31일 3205.97을 기록했다. SCFI는 지난 2월말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상승 흐름을 계속 이어왔다. 전쟁 발발 시점인 1333.11과 비교하면 140.5% 급등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적 유행) 시기에 치솟았던 5000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홍해 사태 당시 최고점인 3700선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운임 급등의 결정적 요인은 연료비다. 영국 해운분석기관 MSI에 따르면 2분기 평균 선박 연료유 가격이 직전 대비 90% 뛰면서 선사들이 긴급 유류할증료를 부과했고 이것이 운임을 밀어 올렸다. 우회 운항도 한몫했다. 선사들이 급등한 연료비를 아끼려 배를 천천히 몰면서 같은 화물을 나르는 더 많은 선박이 필요해졌고 실질 선복(선박의 적재능력) 공급이 2.5~3.0%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이런 조건은 오래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협상을 통한 해결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통항이 정상화되면 우회 운항으로 흡수됐던 선복이 시장에 다시 풀리고 유가 하락으로 할증료 근거도 약해진다.
주요 항로 운임도 절반 안팎으로 줄게 될 전망이다. MSI는 유럽항로 운임이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올해 2040달러에서 내년 1464달러, 2029년 961달러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항로 운임도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2831달러에서 2029년 1934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미 발주가 끝난 선박이 순차적으로 들어오는 점도 부담이다. 인도량은 올해 160만TEU에서 2027년 288만TEU, 2028년 493만TEU로 급증한다. 선대 증가율은 올해 4.6%에서 2028년 10.9%까지 오른다. 반면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1.7%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7년 4.4%, 2028년 3.9%로 회복되지만 같은 기간 선대 증가율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공급 제약에 따른 강세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홍해 리스크가 완화돼 선복 공급이 정상화되면 내년부터 점진적인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하반기 운임은 호르무즈 해협 상황과 미국·이란 합의 여부에 달려 있고 길게 보면 하락 흐름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